“확전은 안 돼” 전 세계가 이스라엘 재보복 말리고 나섰다
제5차 중동전쟁 위기 막으려
이란 보복 공습 일제히 규탄
바이든, 네타냐후에 자제 촉구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
유엔, 긴급 안보리 소집 예고
EU 이어 사우디도 한목소리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보복 공습을 감행하자 국제사회가 일제히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은 물론 인근 중동의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확전을 막기 위해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헤즈볼라 탓에 이웃에서 원수로
지금은 얼굴을 맞대고 살 수 없는 원수 사이지만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원만했다. 이란 팔레비 왕조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스라엘과 단교했지만, 양국 관계는 극단을 달리지는 않았다. 실제로 1980년 이란과 이라크가 국경 문제로 전쟁을 시작했을 때 이스라엘은 무기 등을 공급하며 이란을 배후에서 도왔다.
그러나 이란이 레바논과 예멘, 시리아 등지에서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 단체를 조직하고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특히 1992년 29명이 숨진 이스라엘 대사관 앞 폭탄 테러, 1994년 85명이 숨진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 테러 등의 배후로 레바논에 터를 잡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지목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관계는 최악이 됐다.
지난해 말부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며 예멘 후티 반군 등과 함께 세계 물류의 요지인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해 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제거하기 위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이 사망했다.
격분한 이란은 보복 차원에서 12일 만에 드론과 미사일 수십 대를 쏘며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이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관련 있는 컨테이너 화물선을 나포하면서 중동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최악의 확전 위기를 맞았다.
■중동 국가들도 비판한 이란 공격
유엔은 14일 이란의 이번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예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역 전반에 걸친 파괴적 확전이 가져올 실질적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가 중동 여러 전선에서 대규모 군사적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피하기 위해 ‘최대 자제’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영국 리시 수낵 총리와 프랑스 스테판 세주르네 외무장관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새로운 수준’의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란은 새로운 수준의 불안정성에 도달했고 군사적 확전 위험을 낳았다“고 비난했다.
EU도 이번 사태가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며 이란을 비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EU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전례 없는 분쟁 확대이자 지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비난 여론은 서방 국가뿐만이 아니었다. 인근에 있는 중동 국가들도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사우디 당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확대와 그 영향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이집트 외무부는 중동 지역과 국민을 불안정성과 긴장의 추가 요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이스라엘에 재보복 만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벌어진 13일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미국, 역내 다른 국가들의 공동 방어 노력 덕분에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하면서 ”당신은 이기지 않았느냐. 승리를 가져가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는 ‘이해했다’고 말했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번 공격을 규탄한다. 미 동부시간으로 오는 14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을 소집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단결된 외교 대응을 조율하겠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