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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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1939~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시집 〈광휘의 속삭임〉(2008) 중에서

운명의 여신이 짓는 인연의 실은 얼마나 덧없는가! 쉽게 올이 풀려 잘려 나간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의 신이 가위질한 사람의 생애는 잠시 번득이다 만 섬광에 불과할 뿐이다. 운명은 미망(迷妄)의 어둠을 질러가는 번개 같다.

그러나 그 섬광이 지상의 나에게 쏟아져 내리는 것은 참으로 ‘어마어마한 일’이 된다. 그 까닭은 섬광이 이 캄캄한 우주를 잠시만이라도 환하게 밝혀 나를, 나의 전 생애를 의미로 충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로의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을 이어 붙여 향기로운 존재로 잠시 서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장엄함으로 오는 인연이기에 ‘방문객’은 단순히 한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이, ‘하나의 세계’가 오는 우주적 대사건이다. 그러니 어찌 그 빛을 다정하게 ‘환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경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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