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한국 시장 진입 '퇴짜'
크립토닷컴 대표이사 변경
금융위 등 신고 수리 미뤄
업계 "국내 진출 가능성 희박"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다만 쇄국정책을 고집 중인 금융당국으로 인해 외국계 가상자산거래소들의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크립토닷컴은 지난 2일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 회사는 110개 이상 국가에서 8000만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가상자산거래소가 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배경은 한국의 거대한 가상자산 시장 규모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분기 국내 코인 투자자가 업비트 등 5개 거래소를 통해 거래한 금액은 4560억 달러(한화 약 632조 원)로 달러화(4450억 달러)보다 110억 달러 앞섰다.
하지만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의 한국 시장 진출은 녹록치 않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크립토닷컴의 등기임원 변경신고 수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의 성명과 국적이 변경될 경우, 30일 이내 FIU에 신고를 마쳐야 한다. 크립토닷컴이 인수한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오케이비트 운영사인 ‘포리스닥스코리아리미티드(이하 포리스닥스)’는 지난 1월 25일 대표이사를 라파엘드 마르코 이멜로에서 에릭 안지아니로 변경했다.
포리스닥스는 2월 중 가상자산사업자 임원 변경을 신고했지만, 대표이사는 여전히 라파엘드 마르코 이멜로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수월하게 신고 절차를 마쳤다. 크립토닷컴이 계획대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오는 11월 만료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FIU로부터 연장해야 한다. 실명계좌를 얻은 후에는 원화마켓 거래소로 변경신고를 마쳐야만 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크립토닷컴과 FIU 고위 관계자들의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크립토닷컴 측은 한국 진출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FIU 관계자는 ‘알겠으니 이만 돌아가시라’는 한마디만 남겼다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꼿꼿한 팔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