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잘려도 혼자 감당”… 위태로운 나 홀로 고령 조업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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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 이하 소형 영세 어업 대부분
선원 고용 여력 없어 혼자 작업
나이 많아 사고 대처 능력 저하
선원 고용비 보조 등 대책 시급

2020년 2월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생도 북동방 4km 인근 해상에서 1.8t급 어선이 침몰해 해경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 제공 2020년 2월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생도 북동방 4km 인근 해상에서 1.8t급 어선이 침몰해 해경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 제공

40년 넘게 부산에서 홀로 조업하는 김용운(73) 씨는 최근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새벽 조업 중 미끼를 꿰는 기기에 손이 끼여 손가락 3개가 잘렸다. 김 씨는 혼자 손목에 고무줄을 감아 지혈을 시도했고 소방 당국과 해경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 씨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시간이 지체된 탓에 봉합 수술도 결국 실패했다.

지난해 경남 통영에서는 70대 어민 A 씨가 실종됐다.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A 씨 가족이 해경에 신고했고 해경은 A 씨를 찾지 못한 채 빈 배만 발견했다. 포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인기척이 없는 배 한 척이 원을 그리며 표류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관할 해경이 조사한 결과, 조업을 나선 70대 어민 B 씨가 배만 남겨둔 채 실종된 것이었다. 지역은 각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나 홀로 조업인’이었다.

영세 어민들이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나 홀로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선원 고용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고령 어민이 퇴직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3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부산해경 등록 어선은 총 1904척이다. 그 중 나 홀로 조업으로 등록된 어선은 948척으로 절반 남짓이다. 대부분 5t 이하의 소형 선박을 운용하는 영세 어민이다.

이들 영세 어민들은 선원을 고용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에 나 홀로 조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고를 당한 김 씨는 “뱃일이 워낙 힘들다 보니 선원을 고용하려면 적어도 일당 15만 원은 줘야 한다”며 “유류비 등 고정 지출에 선원 고용까지 하면 수익성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어촌 고령화 속 나 홀로 조업 강행은 사고 발생 시 큰 문제로 이어진다. 나 홀로 조업에 나선 고령 어민은 운동신경이나 기력이 떨어져 사고 대처도 쉽지 않다. 실제 통계에서도 나 홀로 조업 사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0년 16건이었던 사고는 2021년 21건으로 증가했다. 2022년 17건으로 소폭 감소하다 지난해 26건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선원 고용비 보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선원 고용비 일부를 보조해 주는 정책이 나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고령 어민 퇴직을 유도하도록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경영 이양 직불제’를 두고 어민들은 제도 취지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쓴소리했다. 경영 이양 직불제는 고령 어민이 어촌계원 자격증을 젊은 어민에게 양도하고 은퇴하는 대신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 혜택이 필요한 고령 어민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기준 만 65세 이상, 만 80세 미만 어민만 경영이양 직불제를 신청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연령을 높이면 고령 어민들이 은퇴를 미룰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연령 상한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도동삼어촌계 강양석 계장은 “사고 위험이 높은 80세 이상을 제외한 것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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