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더불어 필수과 파격 지원 병행해야”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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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병원회 김철 회장

구체적 숫자 더 협의해야겠지만
봉직의 인력난 타개에 증원 필요
의사 대표할 단체 없어 협상 교착
이젠 장기적 해법 찾아야 할 시점
전공의 수련 기간 한시적 단축 등
정치적 방법으로라도 협상 나서야
비인기과 저보상 구조 개선 외에
과다 보상 의료행위도 솎아내야

부산시병원회 김철 회장이 23일 남구 대연동 부산고려병원에서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시병원회 김철 회장이 23일 남구 대연동 부산고려병원에서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갈수록 봉직의(페이 닥터)를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작은 병원일수록, 지방으로 갈수록 심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보상은 적은데 업무 강도는 높고 책임은 많은 필수의료과를 할 유인이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되 저보상 구조인 필수의료과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깨알 같은 정책을 더해야 합니다.”

23일 〈부산일보〉 긴급 인터뷰에 응한 부산시병원회 김철(부산고려병원 이사장) 회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부산시병원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전부터 꾸준히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증원 숫자에 대해서는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보지만, 의료 수요는 많은데 의사는 적다 보니 갈수록 봉직의 인력난이 심화하는 상황을 최일선에서 느끼는 것이 병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병원과 달리 중소병원은 프로선수를 스카웃하는 것처럼 잘하는 의사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갈수록 의사를 구하기 힘들고, 동반해서 연봉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채용된 의사들이 돈은 많이 벌지만 근로 시간이 길고 업무 강도도 심하다.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사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현재 의사 집단에서 내세우고 있는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우선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고 현실에도 맞지 않다”면서 “다만 증원 원점 재검토가 아닌 이상 전공의가 쉽게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현재 의정 갈등이 교착 상황인 이유는 전체 의사 집단을 대표할 만한 단체가 없고, 대표할 단체가 없으니 정부와 협상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장기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3일 대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앞에 병원 방침으로 토요일 휴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3일 대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앞에 병원 방침으로 토요일 휴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 회장은 “전공의가 전문의를 취득하기까지 수련 기간이 4년인데 올해 이탈한 전공의들이 사실상 수련을 마치기 어려운 상황이 왔다”며 “예를 들면 정부가 한시적으로 이들 전공의가 3년만 수련해도 전문의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정치적으로 해결할 해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더불어 필수의료과에 대한 저보상 구조 개선도 필수적이다.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고 불리는 비인기 필수의료과에 대한 저보상 구조를 개선하고, 일부 과다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의료 행위를 솎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명감만 가지고 필수의료과에 지원하던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필수의료과 보상 구조를 개선해 지원할 수 있다”며 “보상 구조에 따라 과거 비인기과가 지금은 인기과가 되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정교한 정책의 필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인기과로 꼽히는 정형외과 전문의조차도 의료사고 책임은 크고 스트레스는 높은 수술보다는 비수술 치료인 도수·통증 치료를 위주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슷한 이유로 수술을 위해 꼭 필요한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방 근무 대신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주사 치료 등에 몰리고 있다.

의정 갈등 이후 의료 현장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수련병원인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지만, 내과 중심인 종합병원(2차 병원)은 오히려 몰려드는 환자로 표정 관리 중이다. 김 회장은 “응급·중증 환자는 3차 병원에서, 비응급 환자는 2차 병원에서 치료받는 모델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립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또 “이대로라면 갈수록 지역 의료는 어려워질 텐데 지역의사제 도입을 통해 지역 의료를 살리고 공공의료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 회장은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부산고려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경영자다. 2020년 부산시병원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연임에 성공해 오는 5월까지 시병원회를 이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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