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삶에서 위로를 받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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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미술관 ‘고양이 비밀정원’
8명 지역 작가 유쾌한 장 펼쳐
회화·조각·사진 속 고양이 ‘매력’


금샘 미술관 로비 전시 전경. 붐빌스튜디오 제공 금샘 미술관 로비 전시 전경. 붐빌스튜디오 제공

“행복해지는 방법은 간단해요. 조금 느려도, 조금 부족해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면 돼요. 바로 나처럼요.” (림헹쉬 <고양이가 말했다 나처럼 살아보라고> 중에서.)

불안이 많은 현대인은 공감할 것 같다. 이 글이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 ‘고양이 비밀정원’ 전의 시작이었다. 유명 작가이자 이젠 전국에서 러브콜을 받는 전시 기획자인 이정윤 붐빌스튜디오 대표. 이 대표가 마침내 고향 부산에서 자신의 솜씨를 제대로 드러냈다. 이 대표는 현재 시대가 원하는 것을 담은 종합선물를 내놓고 싶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그녀의 오랜 친구, 고양이에서 답을 얻었다.

“예전 제가 키우던 고양이 마리가 집을 나간 적이 있었어요. 망연자실해 있는데 집에서 멀지 않은 다른 집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배신감이 들었죠. 그러다 문득 어쩌면 고양이는 원래 자유로운 동물인데 지금껏 나를 위해 억지로 참아준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우리는 단절된 삶을 살았고 불안이 늘었다. 어떤 상황에도 여유가 있고, 자신의 쉴 자리를 찾는 고양이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다.

이 대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8명의 젊은 작가를 모았다. 그렇게 고양이 비밀 정원에 8명 작가가 아지트를 꾸몄다. 금샘 미술관 로비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동화책이 가득한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비온후 책방의 김철진 대표가 북 큐레이터로 준비했다.

로비 천장은 이 대표의 4미터 크기 작품 액체 고양이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몸이 유연한 고양이의 이미지를 액체로 연결시켰다. 또 다른 로비 벽에는 이 대표의 상상 속 동물과 고양이 스티커로 꾸몄다. 천장에 매달린 우주선까지 더해 상상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 대표의 액체 고양이는 2층 전시실에서 작은 조각으로 변신해 관람객을 맞이하기도 한다.


해랑 작가의 길고양이 사진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해랑 작가의 길고양이 사진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해랑 작가의 길고양이 사진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해랑 작가의 길고양이 사진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첫 전시실은 사진작가 해랑의 길고양이 사진으로 시작한다. 원도심 골목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미소가 절로 나온다.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며 고양이와 노인만 남은 원도심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기분이다.


엔조 ‘스페이스 캣’. 붐빌스튜디오 제공 엔조 ‘스페이스 캣’. 붐빌스튜디오 제공
엔조 ‘스페이스 캣’. 붐빌스튜디오 제공 엔조 ‘스페이스 캣’. 붐빌스튜디오 제공

두 번째 전시실은 엔조 작가와 박자현 작가가 꾸몄다. 엔조 작가의 고양이는 만화 캐릭터처럼 똘망똘망하고 귀엽다. 현실에는 없는 가상 고양이를 캔버스 곳곳에 담았다. 엔조 작가는 깔끔한 선과 형태로 MZ세대 컬렉터들이 많이 선호하는 작가이다.


박자현 작가의 재개발지역 고양이 그림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박자현 작가의 재개발지역 고양이 그림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박자현 작가 전시장 모습. 붐빌스튜디오 제공 박자현 작가 전시장 모습. 붐빌스튜디오 제공

박자현 작가는 연필로 점을 찍어 대상을 표현한다. 재개발 지역 고양이들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은 강렬한 매력이 있다. 박 작가의 그림 옆에는 작가의 어머니 오정남 씨의 그림을 함께 붙었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 어머니는 볼펜을 들고 딸 옆에서 무작정 그림을 그렸단다. 어린이 그림 같지만 세월이 담긴 어머니의 고양이는 또다른 감동이 있다.


정다솔 작가의 고양이 조각.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다솔 작가의 고양이 조각.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다솔 작가의 고양이 조각.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다솔 작가의 고양이 조각.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다솔 작가 전시 전경.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다솔 작가 전시 전경. 붐빌스튜디오 제공

2층의 전시실은 정다솔 정세윤 김성민 이정윤 작가의 작품들이 기다린다. 정다솔 작가는 동글동글 애교 넘치는 고양이 조각을 비롯해 소녀 조각, 소년과 소녀 그림까지 사랑이 가득한 공간을 완성했다. 영화 ‘토이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정세윤 작가는 고양이의 비밀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고양이랑 노는 장난감들을 만들었다. 고양이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듯 역동성이 넘치는 김성민 작가의 조각은 철을 다루는 솜씨를 짐작할 수 있다.

조재임 작가가 진행하는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도 있으며 이 전시는 어린이부터 가족 모두 좋아하는 전시로 이미 소문이 났다. 6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정세윤 ‘고양이와 비밀친구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세윤 ‘고양이와 비밀친구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세윤 ‘고양이와 비밀친구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정세윤 ‘고양이와 비밀친구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김성민 작가의 고양이 조각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김성민 작가의 고양이 조각들. 붐빌스튜디오 제공

이정윤 ‘액체 고양이’. 붐빌스튜디오 제공 이정윤 ‘액체 고양이’. 붐빌스튜디오 제공


이정윤 ‘액체고양이’. 붐빌스튜디오 제공 이정윤 ‘액체고양이’. 붐빌스튜디오 제공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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