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우 순경 사건’ 희생자 넋 달랜다
무차별 총기 난사 56명 사망·34명 중경상
26일 의령4·26추모공원서 위령제·추모식
“그리운 님들이시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42년 만에 처음 열린다.
의령군은 26일 궁류면 평촌리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의령4·26위령제와 추모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일명 ‘우 순경 사건’은 우범곤 순경이 1982년 4월 26일 마을 주민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56명이 숨지고, 34명이 중경상을 입은 비극적인 사건이다. 경찰은 우 순경이 동거인과 말다툼을 벌인 뒤 흥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하고 자폭한 것으로 결론 냈다.
당시 군사정권이 보도를 통제하며 사건을 덮어 민·관 어디에서도 추모행사를 열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군 주최 위령제가 마련돼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의 한을 달래며 유가족들도 위로하는 것이다.
2021년 12월 오태완 군수가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하며 4·26추모공원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건립이 확정됐다. 군은 유족 대표와 의령군수가 함께하는 ‘의령4·26추모공원 조성사업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원의 명칭과 장소 선정, 보상 협의를 완료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비 7억 원을 지원받아 총 30억 원을 투입해 추모공원을 조성 중이다. 추모공원은 궁류공설운동장 인근 계획관리지역과 준보전산지에 전체면적 8891㎡ 규모로 들어선다. 위령제는 현재 완공된 위령탑 앞에서 진행된다.
위령탑은 희생자들을 의미하는 하얀 새 한 마리를 날려 보내는 형상이다. 희생자 넋을 추모하고 생존자인 유가족을 위로하며, 현세대에게는 다시는 참혹한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위령탑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사건의 경위, 건립취지문을 새겼다.
위령제 당일엔 위령탑 제막과 제례, 유족 전도연 씨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혼을 부르는 대북 공연과 살풀이춤. 장사익 추모공연 등이 이어진다. 군은 애통한 심정으로 살아온 지난 42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늦게나마 ‘의령4·26위령탑’을 지어 해원(解冤)의 의미를 더하고 희생자와 유족, 군민들에게 치유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태완 군수는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이제 의령은 ‘우 순경의 시대’를 떨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