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버린 부모, 이전처럼 무조건 유산 받긴 어려워진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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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유류분 제도 일부 위헌 판단

국민 법 감정·상식에 어긋나
형제자매에 상속 강제도 위헌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는 유류분 제도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는 유류분 제도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학대 등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정한 현행 민법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같은 유류분을 형제자매에게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5일 우선 유류분 제도 자체는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가족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유류분을 받을 권리를 빼앗는 보완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민법 1004조에서 ‘피상속인이나 가족을 살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유언 관련 사기·강박’ 등은 상속인 결격사유가 되지만, 그 밖에 학대, 유기, 패륜 등은 상속결격 사유에 들지 않아 지금까지는 불효자 또는 자식 버린 부모도 유류분을 받을 수 있었다. 헌재는 “상속결격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장기간 망인을 유기하거나, 정신·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형제자매도 유류분을 받도록 정해둔 점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1990년 개정 민법은 1008조의 2에서, 돌아가신 분을 생전에 간호·부양하거나 재산 증식에 기여한 공동상속인의 기여도를 인정해 상속분을 정하는 규정을 뒀다. 그러나 민법 1118조는 1997년 만들어진 그대로, ‘민법 제1001조, 제1008조, 제1010조의 규정을 유류분에도 준용한다’고만 규정할 뿐 생전 기여도를 인정받아 증여를 받은 경우 유류분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 생전에 부모님을 간호하고 특별히 상속받고도, 유류분을 계산해 보면 다른 가족들에게 나눠 돌려줘야 하는 부당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그 밖에 민법 1113~1116조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이 나왔다.

지금껏 헌법재판소는 세 차례나 “유류분 제도는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다가 처음으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1977년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돼 왔던 유류분 분배 방법에 처음으로 변동이 생기게 됐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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