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줄고 경쟁자 늘고… 변호사 봄날은 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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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사건 수임 감소세
변호사 수 8년 만에 갑절 늘어
‘돈 되는 사건’은 수도권 로펌에
네트워크 로펌 공격적 지역 진출
부산 변호사 업계 극심한 ‘불황’

경기 침체와 수도권 대형 네트워크 로펌의 지역 진출 등으로 부산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 한산한 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조타운. 부산일보DB 경기 침체와 수도권 대형 네트워크 로펌의 지역 진출 등으로 부산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 한산한 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조타운. 부산일보DB

부산 변호사 업계에 한파가 거세다. 경기침체로 사건 수임은 늘지 않는데 변호사 수는 매년 증가하며 전체 수임 시장이 쪼그라든 탓이다. 수도권 대형 네트워크 로펌이 속속 진출하고, ‘돈 되는 사건’은 서울로 몰리는 수도권 집중화도 또 다른 원인이다.

부산 법무법인 A로펌은 지난해 말 일부 ‘어쏘 변호사(소속 변호사)’와 직원을 감축했다. 한 변호사는 다른 로펌을 알아보겠다면서 자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쏘 변호사는 저연차 변호사로 로펌의 손발 역할을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A로펌이 팀제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일부 변호사를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4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지방법원 1심 민사소송은 2012년 1780만 4112건에서 2022년 1576만 2614건으로 10년 만에 11.5% 감소했다. 부산지법의 경우 2012년 109만 6110건에서 2022년 87만 8256건으로 약 20% 줄었다.

수임 사건 감소로 변호사 1명당 수임 사건 역시 감소했다. 부산 변호사 수는 오랫동안 300명대에 머무르다 제1회 변호사시험이 실시된 2012년(457명)부터 본격 증가했다. 2015년 648명에서 지난해 1119명으로 8년 만에 배가량 폭증했다. 최근 한 해 부산에 자리를 트는 변호사는 50명 안팎이다.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도 변호사업계 불황 원인이다. 부산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등기 사건은 1만 8469건으로 2022년 2만 383건보다 약 10% 줄었다. 부산의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건설 사업은 각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면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는데 현재 신규 사업이 거의 없다”며 “착수금은 받았지만, 사업이 잘되지 않아 미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부산 A골프장은 최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선임했다. 지난달 30일 A골프장에서 야간 잔디 보수 작업을 위해 직원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났는데 A골프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법조계에선 중처법으로 대표가 큰 책임을 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A골프장이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해 적극 대응한 것으로 본다.

A골프장처럼 중처법 대상이 될 경우 수도권 로펌을 선임하는 경우도 있다. 법조계에선 전통적인 민사·행정·가사 소송 외에 가상화폐나 기업 인수·합병 등의 까다로운 사건은 부산보다 수도권 로펌을 찾는 경향이 높다고 말한다.

수도권 대형 네트워크 로펌도 속속 지역에 상륙하고 있는 점도 지역 업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들은 하나의 법무법인을 표방하며 전국 거점에 분사무소를 내고 있다. 특히 대대적인 광고로 형사 사건이나 이혼 사건 수임에 나선다. 이들 사건은 회전율이 높아 업계에서 선호하는 사건들이다. 부산 한 변호사는 “성 관련 사건이나 이혼 등 타인에게 알려지기 싫은 사건은 아무래도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지역 변호사보다는 아예 모르는 네트워크 로펌 변호사를 고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수도권 대형 로펌 법률 서비스 결과가 광고나 상담 때보다 좋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지역 변호사업계 양극화로 이어진다. 경력 20년인 한 변호사는 “수임 건수가 많은 상위 변호사는 다소 낫겠지만 사건이 적은 변호사들은 수임 시장 악화 영향을 뼈저리게 느낀다. 부산 변호사끼리 연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수도권 대형 로펌에 대항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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