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세계 최대 난민촌’ 결국 공격하나
이스라엘 대규모 공세 앞둔 라파
가자 피란민 150만 명 거주 중
지상 작전 앞두고 폭격 등 엄포
팔레스타인 “저 인원 어디가라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곧 대규모 공격을 단행할 전망이다. 국제사회가 민간인 참사 우려 때문에 만류 중이지만 이스라엘군의 동향,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입지를 볼 때 이번 공세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스라엘군은 679기갑여단, 2보병여단 등 2개 예비군 여단을 가자지구에 투입될 99사단에 24일(현지시간) 합류시켰다. 이들 부대는 가자지구 내 새로운 군사작전을 위해 전투, 기동 훈련을 마친 뒤 재배치됐다.
라파 근처에 있는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 주변부에서는 대규모 텐트촌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이는 공세를 위해 라파 민간인을 안전지대로 옮길 것이라는 이스라엘 정부 계획의 일부로 관측된다. 이스라엘은 지난 22일 항공기로 라파를 폭격해 민간인들에게 곧 지상전이 닥칠 수 있다는 공포를 주입하기도 했다.이 같은 일련의 동향은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겨냥한 지상전 준비를 마무리해가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과 주변국의 중재를 통해 이뤄지는 휴전 협상은 공전을 거듭해 현재로서는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안보 수뇌부는 24일 극비로 회동해 라파 공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집트는 자국과 접경한 라파에서 대규모 난민이 유입되는 사태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이 라파 공격을 결단했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이스라엘 신문 하욤은 이스라엘군의 준비태세를 들어 라파 공격이 임박했다고 관측했다. 한 이스라엘 국방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정부의 승인이 이뤄지는 즉시 작전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동향을 지적하며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라파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1200여 명이 살해되자 곧바로 보복에 들어갔다. 하마스의 정치, 군사조직을 완전 해체해 이스라엘에 새로운 안보질서를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현재 네타냐후 정권은 라파에 은신한 하마스 수뇌부를 잡거나 죽이고 억류된 인질을 구하는 완승을 추진한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 역시도 하마스 기습에 따른 안보실패 책임론, 부정부패 혐의 때문에 본인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론이 적대적으로 변하고 지지기반인 극우진영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처지에서 완벽한 승리 외엔 구명줄이 없다는 관측이 많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단행될 경우 인도주의 참사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라파는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의 절반이 넘는 150만 명 정도가 피란해 ‘세계 최대의 난민촌’으로 불린다.
이스라엘은 지정된 인도주의 피란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지에서는 가자지구 전역이 초토화하면서 내몰린 주민들로 피란 공간은 모두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때문에 공격이 단행되면 대규모 민간인의 사망과 함께 마지막 피란처 상실에 따른 위기 악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전직 관료인 알리 자르바위는 NYT에 “저들 100만명이 도대체 어디로 가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신호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 대표 얀 예겔란트는 AFP통신에 “지구 최대의 난민캠프가 전쟁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지상전 강행 때는 종말론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