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서관 옆 한일시멘트 공장 매각… 이전 본격화
소음·분진 민원에 애물단지 전락
시·구청도 숙원사업 해결 애태워부동산 회사 750억 원에 사들여
이르면 2년 내 현 위치 떠날 전망
아파트 등 주거 시설 건축 유력
부산 사상구 숙원 사업으로 여겨진 한일시멘트 레미콘 공장 이전이 본격화된다. 최근 공장 매각이 결정되면서 이르면 2년 안에 공장 이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장이 떠나면 남겨질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도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일시멘트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일시멘트는 온동네개발(주)에 사상구 덕포동 부산공장 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온동네개발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일반분양 사업을 하는 종합 부동산 회사다. 매각 금액은 750억 원이고, 처분 예정일은 2026년 3월 19일이다. 한일시멘트 공장은 이르면 2년 내 현 위치에서 떠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구청과 한일시멘트 측이 물밑 협상을 진행하면서 공장 이전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사상구가 관내 대체 부지를 제시하면서 공장 이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했고, 한일시멘트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체 공장이나 부지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민원도 꾸준히 제기되는 등 도심에서 공장을 운영하긴 힘들다 보고 올해 초 공장 이전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부산시와 사상구에서 공장 이전을 꾸준히 요구했고 주민 민원도 많아 우선적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아직까지 이전할 곳을 정하진 못했다. 매각대금을 활용해 부산공장 이전 부지와 대체 공장을 물색할 계획”이라며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주민 반발이 많아 향후 대체부지나 공장을 확보해도 이전이 쉽지 않은 만큼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일시멘트 공장이 매각되면서 사상구청은 지역 최대 현안 해결을 위한 첫발을 뗐다. 한일시멘트 공장은 1978년 사상구 덕포동에 문을 열었다. 공장 설립 당시 주변에 아파트나 빌라가 없었지만, 도시가 발전하면서 주거 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공장 주변으로 초등학교와 도서관, 주택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분진·소음과 환경 피해 등을 호소했고, 공장 이전을 꾸준히 촉구했다. 시와 구청이 그간 대체부지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했고 주민들은 지자체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한일시멘트 공장 부지 활용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부동산 회사가 부지를 매입한 만큼 현재까진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건축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한일시멘트 부산공장은 대지 면적 총 1만 5096㎡, 준공업지역과 제3종 주거지역으로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는 54m(약 15층)이다. 향후 사업자가 부산시에 주거지역 용도 변경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구청은 부지를 매입한 사업체와 협의해 주민들을 위한 편의 공간을 확충할 계획이다. 공장 인근에 위치한 부산도서관은 덕포동 거점 문화시설로 자리 잡고 있어 이를 연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변을 조성할 수도 있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한일시멘트 측이 지역 주민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려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지역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시설로 부지가 활용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