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국가 배상 책임 또 인정… “15명에 46억 배상하라”
배상 청구액 66억 중 70% 인정
국가 책임 묻는 네 번째 판결
부산에서 최소 657명의 수용자가 목숨을 잃고 각종 인권 침해 피해를 당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책임이 또다시 인정됐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네 번째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 손승온)는 지난 19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총 46억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상 청구액 66억 원 중 70% 정도 인정했다. 각 피해자의 수용 기간을 2주에서 최대 11년까지로 1인당 지급 액수는 300만∼11억 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위헌·위법한 단속과 인권유린을 장기간 방치한 것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다”며 “원고들은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정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 배상금에 대해서는 법원이 지난해 말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을 내렸을 당시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 원의 배상액을 책정했던 것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했다.
정부 측은 재판에서 피해자들의 손해 배상받을 권리는 시효가 지나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해 민법상 소멸시효 10년과 국가재정법상의 5년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 배상 소송은 총 34건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총 203억여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 146억 원을 배상하라며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는 중이다. 앞서 지난 2월 부산지법에서도 피해자 70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7건에 대해 국가와 시가 위자료 약 16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최소 657명의 수용자가 목숨을 잃고 각종 인권 침해 피해를 당한 사건이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