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귀는 열기로 한 대통령, ‘총선 패배 청구서’ 수용할까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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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어떤 의제 다루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입장차 크지만
선별 지원 등 접점 찾을 가능성도
채 상병·김건희 특검 등 난제 산적
민주 제기 의제 다 오를 수도 있어
합의문 등 가시적 성과 어려울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첫 단독회담에서는 다양한 정국 현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이번 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의제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국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현안들이 많아 쉽게 합의에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먼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생회복지원금(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부가 소득 수준과 형편에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똑같이 나눠주는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만큼, 윤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는 여지를 두고 있어 양측이 서로 양보한다면 일정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달 넘도록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갈등 문제도 화두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끝내 의료계가 불참한 가운데 출범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최근 제안한 국회 차원의 ‘보건의료 개혁 공론화 특별위원회’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지 관심이다. 이 대표가 여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거듭 제안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의 실무 조율 과정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및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도입, 그리고 윤 대통령이 각종 쟁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사과 등을 의제에 올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같은 난제들을 어떻게 꺼집어 낼 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통령실의 제안을 수용해 사전 의제 조율을 건너뛰고 ‘자유 회담’ 형식을 전격적으로 수용한만큼 윤 대통령에게 야권의 입장을 선명하게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이번 회담의 성격과 무게 등으로 미뤄볼 때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다. 민주당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특정 의제를 제한하거나 어떤 의제는 언급하면 안 된다고 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민주당이 사전에 제안했던 모든 의제들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민생 회복을 위한 조치는 당연하다. 특검법도 노골적으로는 수용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언급을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이태원참사특별법 등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거듭 행사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주앉은 윤 대통령은 일단 이 대표의 말을 최대한 경청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비서실장 인선 브리핑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초청했다기보다 이 대표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법 수용에 부정적이다. 일부 특검법의 경우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그러나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마련된 야당 대표와 첫 회담이라는 점에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공수처가 해당 사안을 수사 중인 도중에 특검하자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원칙적으로 안맞지만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각 정당 원내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가 복원될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총선 이전까지 대통령실은 ‘야당 대표의 협상 파트너는 여당 대표’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대표가 요구한 윤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거절해왔다. 이런 상황임에도 여권의 총선 참패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단독회담이 만들어졌는데 이 대표가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체를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 대부분의 현안들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고려할 때 공동 합의문 같은 명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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