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끊임없이 품종 개량… 전국 우량 소로 키워냈죠” 김태호 울주군 알곡한우농장 대표
‘명품 한우 사육 비법’ 축산인과 공유
지역 사랑 실천 울주군민상 수상
조각가에서 대형 농장주로 변신
‘명품 한우’를 논할 때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고수 중의 고수’가 있다. 전국한우능력평가 최연소 대통령상 수상자, 바로 울산 울주군 알곡한우농장 김태호(48) 대표다. 그는 최근 자신만의 ‘명품 한우’ 사육 비법을 이웃 축산인들과 공유하며 남다른 지역 사랑을 실천한 공로로 울주군민상을 받았다. 과연 명품 한우를 키워낸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9일 오후, 봄 치고는 다소 더운 날씨에 언양읍 다개리 김 대표의 축사에 들어서자 어디에선가 시원한 바람이 쏟아졌다. 커다란 소 수십 마리가 낯선 이의 방문에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대형 축사는 한눈에도 잘 정돈된 상태였고,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다. “냄새가 별로 안 나죠? 천장에 환기시설을 갖추고 (축사도) 늘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사람이나 소나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잖아요.” 잘생긴 소 한 마리가 김 대표 다리에 얼굴을 연신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김 대표는 이력이 특이하다. 2003년 영남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울주군에서 오래된 농가를 빌려 조각가로 생활했다. 대학 때부터 관심 많던 애견 프로핸들러를 겸업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에선 동물애호가인 그에게 송아지를 길러보는 게 어떻냐고 권유했다. 애견산업은 경기를 타는데, 한우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했다.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김 대표는 2008년 송아지 3마리를 1000만 원에 들여와 본격적인 한우 사육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소 먹일 풀 살 돈이 없어 임신한 아내와 경주 왕릉까지 찾아가 ‘베어낸 풀 좀 얻어갈 수 없나요’ 사정하기도 하고… 그렇게 힘든 시절을 견디고 나니 소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감이 잡히더군요.”
특히 김 대표는 애견핸들러 시절 ‘유전자의 힘’을 절감한 탓에 자신만의 품종 개량 방식을 한우 사육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특정 정액을 찾아다니며 브리딩(개량) 공부에 매달리던 나를 괴짜 취급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좋은 한우를 만들고 싶어 우량 수소의 정액을 수없이 수정하고 개량하고 내 손으로 자가수정하며 전국 어디에도 없는 우량 소를 키워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렇게 탄생한 송아지 ‘구공이’를 키워 2022년 제25회 전국한우능력평가에 나가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당시 한우 1kg당 13만 원 경락값을 기록하며 한우 경매 사상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체중이 629kg로, 전체 지육가격은 8177만 원에 달했다. 이 기록은 2023년 대회에서 9058만 원 한우가 나오면서 깨졌다. 상금 1000만 원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내놨다.
한 마리의 소가 냉동 정자에서 시작해 수정을 거쳐 송아지로 태어나 큰 소가 되고, 마지막 죽음에 이르기까지, 김 대표가 소의 일생을 함께한다. 얼마 전 이웃 농가에서 발생한 수소 정액 도난 사건(부산닷컴 지난 3월 26일 자 보도)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소는 애정을 갖고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데…” 김 대표가 혀를 찼다.
2008년 소 3마리로 시작한 축사는 이제 200마리를 아우르는 대형 농장(2곳)으로 성장했다. 그는 경남 김해에 있는 부산축협 공동사육장에 들어가는 모든 소의 입식을 대행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글쎄요… 우리 소가 편안하게 안 아프고 잘 자라는 거? 그것밖에 없어요.”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