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人)스타] "요즘 대세 가족용 레저보트, 디자인·기능 모두 잡겠다"
진원호 알앤알 대표
설립 3년 차에 글로벌 대회 수상
텐더 보트 아리아600 직접 설계
시제품 보고 해외서 20척 선주문
“작지만 강한 레저기업 되겠다”
독일에서 매년 열리는 ‘iF 디자인 어워드’는 ‘레드닷’(독일), ‘IDEA’(미국)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불린다. 이 대회에서 겨우 3년 차 부산 기업이 만든 시제품이 지난해 선박보트부문 디자인상을 거머쥐며 화제가 됐다. 부산 레저용 보트 제작업체 ‘알앤알’에서 만든 가족 레저용 보트 ‘아리아600’(ARYA600)이 그 주인공이다. 알앤알 진원호 대표가 직접 설계부터 디자인, 제작을 맡아 ‘가장 트렌디한’ 보트를 만들어 냈다.
“선체는 작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가족이 여가를 즐기는 데 필요한 각종 요소와 기능을 선체 내부에 심었는데, 그것이 전체적으로 매끈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 성공한 듯합니다.”
진 대표가 만든 아리아600은 360마력의 텐더 보트(Tender Boat)다. 텐더 보트는 빠른 속도를 내는 작은 보트의 일종으로 대형 크루즈 선박이 기항하지 못하는 낮은 수심의 바다에서 승객이나 짐을 실어 나르는 배를 뜻한다. 텐더 보트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가족용 레저 보트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리아600은 이런 국제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설계와 디자인, 제작까지 1년가량 걸렸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양산형이 아니라 시제품 수준입니다. 지난해 한 보트쇼에 처음 출품했는데 미국에서 온 구매자로부터 20척의 선주문을 받았습니다. 주문은 받았지만 가격과 수출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알앤알은 레저용 보트 제작 전문기업으로 창업 3년을 맞고 있다.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가족 레저용 보트 ‘아리아400’과 ‘아리아600’이라는 시제품 보트를 벌써 두 척이나 제작했다.
“알앤알은 ‘Rest and Recreation’의 약자로, 휴식과 오락을 뜻합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휴식과 오락만큼 인간적인 것이 없고 그런 사업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명했습니다.”
진 대표가 레저용 보트 제작에 관심을 둔 것은 일찍부터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것도 있지만 가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20대 때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국내 굴지의 가구업체와 전자제품 기업에서 수년간 디자이너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부친의 부름을 받고 부산에 돌아와서 선박 관련 가업을 잇게 됐다. 이후 새 사업을 구상하던 중 레저용 보트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느껴 미적·기능적으로 우수한 보트 제작에 나섰다.
진 대표는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가 되려면 지금보다 더욱 해양레저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미 해외는 레저용 보트 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국내도 이런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부산에는 경쟁력을 갖춘 중소 조선업체가 많습니다. 서로 경쟁하면서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합니다. 보트 이름인 ‘아리아(ARYA)’는 제가 평소 즐겨 본 드라마 속의 주인공 여전사입니다. 작은 키로 상대를 무찌르는 날렵함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이름처럼 작지만 강력한 강소기업이 돼 부산 레저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습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