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실효성 높은 정자은행부터 논의"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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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은행 비교해 설립·운영 용이
정자 채취 과정 쉽고 비용도 저렴

우리나라 최초의 정자은행인 부산대병원 정자은행.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정자은행인 부산대병원 정자은행.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제공

순수한 의미의 정자은행은 정자를 기증 받아 동결·보관했다가 수증이 필요한 난임 부부에게 내어주는 곳을 말한다. 광의의 개념으로는 내원한 난임 부부에게 보조생식술을 시행하기 위해 정자를 미리 기증 받아 동결·보관하는 자급 목적의 난임 병원 정자은행과 차후 임신을 위해 자신의 정자를 동결·보관하는 기능까지 포함한다.

국내 첫 정자은행은 1997년 설립된 부산대병원 정자은행이다. 순수 개방형 정자은행으로, 정자를 기증 받아 보관하며 부산대병원 난임센터나 타 지역 난임 병원으로 기증 정자를 공여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전국 5개 대학병원에도 정자은행이 만들어졌고, 부산대병원 정자은행을 설립한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전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주도로 부산대병원 정자은행이 중심이 돼 기증 정자 정보 공유, 통합 이용을 위한 공공 정자은행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하지만 현재 부산대병원 정자은행만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정자은행은 ‘텅텅’ 빈 상태다. 정자 기증자에 대한 검사와 실비 보상을 위해 자체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병원 입장에서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대병원 정자은행은 공공성을 띠고 있지만, 국가 또는 공공 정자은행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과 제도에 기반한 것이 아닌 데다, 병원 자체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공공 정자은행라고 보기 힘들다. 난임 병원의 정자은행들도 자체 난임 치료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공공성과 거리가 멀다.

의료계에서는 국가 난자은행에 대한 공론화도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설립·운용이 용이하고 난임 해소의 실효성이 높은 국가 정자은행 논의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난자는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장기간 투여해야 하고, 수면 마취 하에 난자를 채취하는 등 채취 과정이 정자에 비해 훨씬 난해하다. 채취 비용과 약제비만 300만~350만 원이 든다. 세화병원 이상찬 원장은 “난자 기증과 대리모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매우 커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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