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 민주 패배한 4·10 총선 복기
강희경 정치부장
부산, 예상 밖 17 대 1 국민의힘 완승
정권심판론 몰아친 전국 선거와 상반
샤이 보수 결집, 막판 큰 변수 됐지만
부산에 무심한 민주 중앙당 행보 악재
민주 부산시당 1호 공약 산은 이전
약속 지켜야 2년 뒤 지방선거 승산
22대 부산 총선은 17(국민의힘) 대 1(더불어민주당)이란 결과로 마무리됐다.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국민의힘 완승이었다. 175석(민주당) 대 108석(국민의힘)이라는 전체 결과와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당초 민주당이 부산 대부분 지역에서 선전하며 최대 절반가량의 의석을 기대했던 것을 고려하면 초라한 결과다. 19대 2석, 20대 6석(재보궐 포함), 21대 3석으로 부산에서 점차 존재감을 보이던 민주당의 의석수는 당시 통합민주당 소속이던 조경태(사하을) 의원 혼자 당선된 2008년 18대(1석)로 회귀했다.
22대 총선 직전 부산을 비롯한 PK 지역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돌풍은 매서웠다. 전국적인 정권 심판 바람에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하면서 야권은 부산에서도 일을 낼 것 같았다. 실제 선거 직전 부산 야권은 4곳을 우세로 전망했고, 5곳을 경합 우세로 거론했다. 국민의힘도 확실한 우세 6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박빙 승부로 예상하며 최소 2~4곳 정도는 내줄 것이라 우려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와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와는 달리 전국적으로 야권이 192석을 얻어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은 정반대였다. 전재수(북갑) 의원 홀로 당선돼 전패를 면하는 데 그쳤다.
전국 민심과 달랐던 부산의 표심에 대해선 대체로 ‘샤이 보수’의 쏠림이 거론된다. 정권 심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의견을 드러내길 꺼리는 숨은 보수들이 본투표는 물론 사전투표까지 적극 참여했다. 오류가 있었던 출구조사는 샤이 보수들이 대거 참여한 사전투표 표심을 잡아내지 못했다. 특히 부산의 경우 일부 지역 국민의힘 공천 잡음에도 개헌저지선(100석)이 뚫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여권의 한 당선자는 “불통의 대통령실과 오만한 공천을 한 국민의힘을 심판하긴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잘한 것도 없는 야권에 브레이크 없이 독주하는 상황도 만들어줄 수는 없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때 평균 44.3%였던 부산 민주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이번에는 45.1%로 소폭 증가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후보들과 대부분 한 자릿수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민주당 후보들로선 중앙당의 부산 지역 총선 전략 부재가 아쉬웠다. 야권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를 두고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며 단순히 고령층의 표 쏠림으로 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수도권 중심 선거 캠페인에 부산 등 PK는 소외된 감이 적지 않다. 월드엑스포 유치전이 맥없이 실패로 돌아가긴 했으나 국민의힘에선 줄곧 산업은행 이전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추진 등을 강조하며 부산에 공을 들인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외면했다. 급기야 민주당 부산시당이 총선을 앞두고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부산 이전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워 급한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등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쇠락하는 지역 부활을 위한 별다른 공약도 없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부산에 올 때마다 “부산에 진심”이라고 했던 말이 갈수록 알맹이 없이 공허하게 들리긴 했지만, 민주당에선 이러한 시늉조차 거의 없었다. 부산 유권자들에게 정권 심판론 말고는 민주당에 투표할 명분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부산 공약’에 발목을 잡는 민주당이 날개를 달면 오히려 부산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여야의 전쟁 같았던 4·10 총선이 끝난 지 20일 가까이 흘렀지만, 정국 상황은 선거 전과 별 달라진 게 없다. 반성한다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친윤(친윤석열) 체제의 스크럼을 짜고 있고, 민주당은 각종 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회부한 데 이어 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론을 꺼내며 독주하고 있다. 부산의 현실은 더 암담하다. 이번 총선 과정과 결과대로 국민의힘은 무력하고 민주당은 부산에 관심이 없다. 2년 전 대선 때 대통령 핵심 공약이었던 산은법 개정은 이번 국회에서 자동폐기되고, 차기 국회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하다. 29일 열리는 짧은 영수회담에서도 온갖 현안들 속에 지역 문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인다.
산은 이전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추진 등은 쓰러져가는 부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은 PK 정치권은 응집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 더욱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중앙무대에서 지역 현안들을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부산 야권 승리를 염원하는 지지자들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 민주당 부산시당이 1호 공약으로 들고나온 ‘산은 이전’ 염원은 부산의 확실한 민심이다. 산은 이전에 진척이 없다면 민주당은 2년 뒤 지방선거에서도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한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