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수회담, 기싸움 말고 희망 주는 협치 계기 만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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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 만에 첫 만남
국민·국가만 보고 진정성 있게 임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양측이 일주일간 이어진 기싸움을 끝내고 의제와 시간에 제한 없이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로 한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의제 조율 협상 과정에서 불발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의제를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양보 의사를 밝힌 점은 바람직하다. 두 국가 지도자가 만나야 한다는 데는 어떠한 이견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화 정치 복원과 협치의 첫발을 떼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이 가진 정치적 의미는 지대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이 대표와 만나는 자리다. 또한,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현 대구시장) 자유한국당 대표의 만남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22대 총선에서는 강 대 강으로만 일관하는 대치 정국을 끝내라는 국민적 요구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국민적 요구에 따라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불통의 정치를 접어야 한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가 없는 ‘식물 정부’가 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 대표도 사사건건 발목 잡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국정의 파트너이자 책임·수권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첫 영수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쟁보다는 합의가 가능한 지역 의제, 시급한 현안부터 논의해 작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 가계에 대한 대책과 의료계 파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불안 해소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한다.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에 처리해야 할 지역 민생 법안도 산적한 상태이다. 부산으로서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 특별법, 고준위 특별법,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등 중요한 현안이 무더기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여야가 총선에서 한목소리를 냈던 공약에 대해서는 신속한 처리 합의를 촉구한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영수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잦은 만남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면서 양보와 타협을 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복원해야 한다. 영수회담이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 실타래같이 얽힌 대치 정국을 푸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이전투구식 정치를 고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국민은 거부권과 입법 폭주를 반복하는 소모적인 정치가 아니라, ‘대화하는 대통령’ ‘협치하는 야당 대표’를 원한다. 두 사람 모두 골수 지지층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바라보고 이번 회담에 진정성 있게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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