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 특성화 '글로컬대학' 탈락 왜?
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부경대·해양대 '통합’ 신청서 통과 못해
해양 인재 양성 위한 절호의 기회 상실
교육 뒷받침 없는 해양 기업 유치 '공염불'
늦었지만 실패 경험 공유하고 재도전을
국립부경대와 한국해양대의 통합을 통한 ‘글로컬대학’ 지정 신청서가 예비 지정 단계에서 탈락했다. 대학가뿐 아니라 해양산업계가 받은 충격이 크다. 해양산업계는 두 대학 통합에 따른 ‘인재 육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고, 예비 지정 단계만큼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 기대의 밧줄이 엉켰다. 도대체 어디서 꼬인 것일까.
‘글로컬대학30’ 선정 사업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오는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서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그것이 지역 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글로벌과 지역화(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에서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모두 4차례 진행하는데, 지난해 첫 사업에선 14개 대학의 10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올해는 신청 자격이 있는 151개 대학 중 무려 72%인 109개 대학이 65개 기획서를 제출했고, 지난 16일 33개 대학이 단독 혹은 공동 사업으로 제출한 20개 기획서가 예비 사업으로 뽑혔다.
두 대학은 ‘국립대’와 ‘통합’이라는 프리미엄에 ‘해양수산’이라는 지역적 자산과 기획 차별성까지 더해져서 가장 강력한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1차 때 국립대 선정 비율이 높아서 올해는 사립대 중심으로 뽑았고, 그 과정에서 두 대학의 프리미엄이 되레 걸림돌이 됐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탈락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통합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반발이 컸고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로 거론된다. 구성원 동의가 중요한데, 단독이 아닌 통합형 모델로 급변하면서 여론 수렴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대학 측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을 신청한 대학 중 내부 갈등이 없었던 곳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결정적 탈락 이유는 아니지 않을까.
혹자는 정치권 간섭을 ‘결정타’로 지목한다. 심사 기간이 공교롭게 국회의원 선거와 겹쳤고, 청년 표를 의식한 총선 후보들이 앞다퉈 대학 내 동요와 갈등을 부추긴 데다 교육부 선택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대학 응시생은 오는 2040년이면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한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지방대 소멸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를 ‘지방대 위기’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 대학 위기’는 곧 ‘지역 위기’와 직결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대학을 졸업한 뒤 수도권에서 취업하려는 청년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취업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극도로 열악한 지역에서, 그나마 더 나은 재정으로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당연히 더 선호되는 직장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청년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다. 두 대학의 글로컬대학 지정은 그런 점에서 지역 산업계, 특히 해양산업계에 좋은 인재를 수혈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글로컬대학에 지정되면 향후 5년 동안 중앙정부로부터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에 대한 대응 자금으로 지방정부가 1000억+α를 내놓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업계 후원과 취업 기회다. 1차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한 공과대학은 무려 1조 원의 예산을 약정받았다는 소문이 떠돈다. 대부분이 이 대학의 인재 공급을 기대하는 기업이 약정한 것이다.
해양수산 인재를 꾸준히 양성해온 두 대학의 두 차례 ‘탈락’, 그리고 남은 두 차례의 ‘기회’.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불통이 걸림돌이라면 소통 방법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하지만 그 소통이 내부를 넘어서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장하면 좋겠다. 글로컬대학 선정이 지역 차원에서 왜 중요한지를 더 명확히 설명하고 지역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두 대학의 글로컬대학 지정은 향후 더 큰 예산 지원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오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제)’ 채택은 글로컬대학 지정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사업 중 하나로 거론된다. HMM을 포함한 해양 기업의 부산 유치도 ‘인재 육성’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부산시와 부산상의가 두 대학의 통합과 글로컬대학 지정에 무엇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기회는 아직 남았고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희생양보다 격려와 지지가 더 필요한 시간이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