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 135분 동안 첫 회동…합의문은 없었다
이 대표, 특검법 수용·거부권행사 유감표명 등 직접 요구
대통령실 "총론적·대승적으로 민생문제 인식을 같이해"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35분간 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양자 회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처음 이뤄졌다. 이날 회담에서는 민생경제와 의료개혁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정현안이 논의됐지만 별도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채상병 특검) 및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하라고 직접 요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법리적인 문제만 해소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또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요청한 특검법 수용, 거부권행사 유감 표명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특별히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의과대학 증원 확대 문제와 관련, “대통령이 결단해서 시작한 의료 개혁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평가하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 특별위원회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 제안에 대한 검토도 요청했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만큼 민생 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며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또 “어렵게 통과된 법안에 대해서 민주당 입장에서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했다. 이어 “발목 잡기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안함과 희망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면서 “정치라는 것이 추한 정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회담이 끝난 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 민생문제를 깊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합의를 이루지는 않았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함께 했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 종종 만나겠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와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고 답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