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자는 정부, 신생아 대출은 “시중은행에서만”
우리·국민·농협 등 5곳 신청 가능
거래 편리 부산·경남은행 등 배제
비대면 장점 인터넷은행도 막아
정책 대출 ‘행정 편의주의’ 비판
효과 극대화 위한 제도 개선 여론
지난달 주거래 은행인 부산은행에서 신생아 특례 대출(이하 신생아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창구를 찾았던 김 모(35) 씨. 은행에서 돌아온 답은 “신생아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였다. 신생아 대출로 대출을 받고 각종 부동산 규제 상담도 받을 계획이었지만 김 씨는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인근 시중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 씨는 “부동산 규제가 복잡하고 기존 신용대출도 있어서 거래 은행에서 상담 받기를 원했지만, 새로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느라 매우 불편했다”며 “비대면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고 은행 구분 없이 모바일로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시대가 됐는데 신생아 대출 취급 은행에 지역, 인터넷 은행이 없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출시된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대출 상품인 신생아 대출을 지역은행, 인터넷은행 등 고객 접근성이 높은 주요 은행에서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의 목소리가 높다. 버팀목 전세자금,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등 서민 대상 부동산 정책 대출 상품을 대부분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신생아 특례 대출은 취급 은행이 제한돼 있다. 저출산 극복과 젊은 층 대상 주택 마련 기회 제공이라는 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출시한 주택 관련 정책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정을 받은 수탁은행에서만 취급한다. 지난해 4월 HUG는 수탁은행으로 우리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IBK기업은행 등 9개 은행을 선정했다. 수탁기간은 5년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우리·신한·하나)과 부산·대구 은행은 정부의 대표적인 주택기금 대출인 버팀목 대출, 디딤돌 대출 등 서민 대상 부동산 정책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경남은행은 청약 저축 상품을 취급한다.
하지만 신생아 대출은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IBK기업은행 등 4곳을 제외한 5개 시중은행(국민·농협·우리·신한·하나)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신생아 대출은 부부의 소득 조건, 순자산액 등과 구매하고자 하는 주택이 있는 지역의 LTV, DTI 등 부동산 규제를 고려해 대출을 진행한다. 다른 대출과 달리 청약저축 가입, 출생 후 2년 미성년 자녀에 따른 금리 등도 고려된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특례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두고 정책 대출 상품 운영 취지에 배치된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HUG는 별도의 지역 수탁은행 항목을 신설해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3곳을 수탁은행으로 지정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이용자 편의를 별도로 고려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가장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는 신생아 대출을 지역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취지는 무색하게 됐다.
HUG 측은 “지역 은행이 작년에 기금 대출을 시작해 인프라 구축이 미흡해 대출 취급 은행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정책 대출과 신생아 대출의 운영 체계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설명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금 운용 한도가 정해져 있는 정책 대출 특성상 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5대 시중은행으로만 취급 은행을 제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신생아 대출이 출시 3개월만에 4조가량의 대출이 진행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은행 입장에서는 신생아 대출 흥행이 ‘그림의 떡’이 된 실정이다. 기존에 정책 대출 상품인 디딤돌, 버팀목 대출도 최근 금리 상승으로 금리 경쟁력이 낮아 신생아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더 큰 상황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신생아 대출은 지난달 말까지 1만 8000건의 신청이 접수 됐고 4조 5000억 원의 대출이 진행됐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 대출로 수수료 수입 뿐 아니라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며 “최근에 수탁은행으로 지정돼 이번 특례 대출 취급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고 향후 신생아 대출과 같은 상품 취급을 위해 HUG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