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협의 물꼬 튼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회담
국민, 소통·협치 모습 자주 보길 바라
여·야·정 협의체 통해 민생 논의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130분간 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 대통령실 회담을 제안하고 이 대표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만나자”고 화답한 뒤 열흘 만에 성사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회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이다. 의료 개혁, 물가 관리 등 국내 현안 논의와 함께 경색 정국 타개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양측은 향후 자주 만나기로 했다. 회담 한 번으로 경색된 정국이 일거에 풀리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앞으로의 만남이 실타래처럼 얽힌 여야의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날 회담에서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또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작심한 듯 15분 넘게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정국 현안을 직접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의 수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태원특별법을 제외하곤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의 발언을 들은 뒤 “평소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라서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다”고 답했다. 주요 현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이날 회담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에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차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에 대해 얼굴을 마주하고 논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협치의 첫발을 뗐다. 의료·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입장 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실타래처럼 얽힌 여야의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정국은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모처럼 자리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 대표는 국정을 발목 잡는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벗는 단초를 마련했다. 그러나 양측은 이날 정국과 민생 해법에 있어서 이견을 좁히진 못했다. 그런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의 첫발을 뗀 것은 다행이다. 회담 정례화를 통해 협조와 협치의 큰 틀을 마련한다면 그 자체로 성과다. 앞으로는 양측이 좀 더 자주 만나기로 했으니 기대된다. 서로 소통하고 국정 전반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게 국민이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