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등 투자 미끼… 노인들 쌈짓돈 뜯어낸 사기 일당 검거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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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인증 장애인복지회라 거짓 소개
건강식품 사업 투자하면 수익금 지급 속여

건강기능보조식품, 신물질 화장품 관련 사업설명회 전단. 부산경찰청 제공 건강기능보조식품, 신물질 화장품 관련 사업설명회 전단. 부산경찰청 제공

건강기능보조식품 사업과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노인들로부터 수 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사수신업체 대표 A(70대)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일당 9명도 붙잡아 불구속 송치했다. 운영진인 일당 9명도 40대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6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서울, 부산 등지에서 건강기능보조식품 사업과 가상자산 투자 설명회를 열고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노인 110명을 속인 뒤 2억 8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등은 자신들의 회사가 모 장애인복지회라고 소개한 뒤 전직 대통령이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 특별히 허가를 내준 장애인 복지 재단이라고 속여 노인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남극 크릴 오일 등 최고급 기능성 건강보조식품 사업에 1구좌당 13만 5000원씩 투자하면 별도의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지 않아도 2~3개월 내 200만 원 상당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1000여 만 원을 뜯어냈다. 그러나 식품의 실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또 가상자산 등 최근 유행하는 투자에 어두운 노인들을 상대로 가상자산 투자업체 사업설명회를 열고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이용한 투자로 수익을 내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원금은 물론 매일 1~6.6%의 수익금을 지급한다”고 속여 노인들의 ‘쌈짓돈’을 뜯어냈다. 이 업체 역시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일당에게 속은 이들은 주로 60~70대 노인들로,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날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70대 B 씨는 지인 소개로 서울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가했다가 A 씨의 ‘전직 대통령이 인증해주는 장애인 복지회’라는 말만 믿고 590만 원을 투자했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또 60대 여성 C 씨는 3년 전 남편이 사망하면서 남긴 유산 1200만 원을 투자해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해보려 했지만 이 또한 물거품이 됐다.

국중용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계장은 “서민들의 재산 피해를 유발하는 민생침해 금융범죄를 근절하고 특히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유사수신·다단계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면서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접근하는 경우 유사수신이나 투자사기 등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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