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4’ 유인원 표정, 한국인 손에서 만들어졌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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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 웨타FX 페이셜 모델러
영화 개봉 앞두고 내한 인터뷰
‘혹성탈출’로 진화한 기술 느껴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제작에 참여한 김승석 웨타 FX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제작에 참여한 김승석 웨타 FX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5월 8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혹성탈출4)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다. 유인원 시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현실에 있을 법한 장면으로 만들어냈다. 이번 작품엔 한국인인 김승석 웨타 FX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유인원 캐릭터가 대화할 때 얼굴에 드러나는 세세한 표정,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이제 (CG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페이셜 모델링은 CG로 제작한 가상 캐릭터의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김 모델러는 ‘혹성탈출’로 기술의 진화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수동으로 했던 것들을 이젠 컴퓨터가 자동으로 해주고 있다”며 “시리즈 전작들에서 유인원은 대화보단 몸의 움직임으로 의사를 표현했다면 이젠 대화나 감정 표현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작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선 배우 이미지 자료만을 사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면서 “이젠 배우와 똑같이 생긴 가상 캐릭터를 만든 뒤 움직임을 따서 더 효과적으로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김 모델러는 지난 2005년부터 루카스 필름 등을 거쳐 20년째 할리우드 VFX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다. ‘스타워즈’부터 ‘트랜스포머’ ‘데드풀 2’ ‘아쿠아맨’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그런 그에게도 ‘혹성탈출 4’는 큰 도전이자 과제였다고 한다. 유인원은 표정이 풍부하지 않은 편인데, 캐릭터에 감정에 따라 여러 모습을 구현해야 해서다. 김 모델러는 “유인원 사진을 정말 많이 확인했다”며 “24시간 7일 내내 봐서 꿈에서도 유인원 사진을 본 것 같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장면인데 유인원 특성상 입이 늘 맥도날드 모양처럼 웃고 있다”면서 “고치고 고쳐도 계속 웃는 모양이라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 모델러는 최근 VFX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국 콘텐츠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작품은 영화 ‘괴물’이었다”고 말한 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속 디에이징 기술에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김 모델러는 “개봉을 앞둔 봉준호 감독의 ‘미키17’과 나홍진 감독의 ‘호프’ 같은 작품에서 (시각효과 기술이) 한번 크게 터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엔 영화의 발전이 있어야 VFX 발전이 있더라고요. 영화 예산이나 성공을 따지기보단 다채롭게 시도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겁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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