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일한인 역사성, 지역의 공공유산으로 만들어야”
이경규 동의대 동아시아연구소장
해방 이후 재일한인 심화 연구
우수성과 선정돼 교육부 장관상
외교문서 해제집 발간·DB 구축
유튜브 제작 대중화 사업 계획
“일제강점기 가난을 피해 일본 열도로 건너가 온갖 역경을 극복하며 살았던 재일한인들의 삶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이 온갖 차별을 견뎌내면서 일본 사회에 ‘자이니치’로 자리매김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경규 동의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일본학과 교수)은 최근 ‘해방 이후 재일한인 관련 외교문서 수집 해제 및 심화 연구’로 교육부의 학술·연구 지원사업 우수성과 50선에 선정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소장은 2015년 5월 동의대에 동아시아연구소를 설립했다. 동아시아 관련 연구자들의 학술교류를 위한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으며, 연구 총서와 학술 도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는 수많은 재일한인들의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유니폼과 여비를 지원했고, 한국전쟁 때는 조국을 구하고자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어요. 한국 최초 공단인 구로공단 탄생과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도 재일한인들이었습니다.”
이 소장이 처음 시작한 연구소 프로젝트 사업은 ‘해방 이후 재일한인 마이너리티 미디어 해제 및 기사명 색인’ 시리즈 발간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었다. 현재 ‘해방이후 재일한인 외교문서 해제집’ 시리즈 발간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동아시아연구소는 2020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6년간 2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동아시아 지역의 재외한인 거점연구소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재일한인 관련 국가기록물과 민간기록물에 대한 자료수집과 분석이 마무리되면 재일한인 사회와 문화의 변천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봅니다. 또 조사·발굴된 자료들을 토대로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해 일반인들이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재일한인 역사의 전체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화 사업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이 소장이 재일한인 관련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재일한인 출생지로 부산과 경남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1905년 출항한 부관연락선이 상징하듯이 부산은 전근대와 근대기에 일본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했고, 일본과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곳입니다. 재일한인의 역사성을 지역의 공공유산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부산입니다.”
이 소장은 앞으로 ‘재일한인 관련 문헌·자료의 대규모 디지털화 프로젝트’와 ‘재일한인에 대한 구술사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재일한인 관련 문학이나 역사학의 관점에서 다루어진 개인 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연구만으로는 시간적·경제적으로 대규모 디지털화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재일한인 관련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체계적인 연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소가 나설 계획입니다.”
이 소장은 “구술사는 역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재일한인 1세·2세의 경우에는 조선인 차별 문제를 비롯해 조선인 북송문제나 유골 봉환, 법적 지위, 제주 4·3사건 등 역사적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구술 정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20년을 내다보면서 고려인과 조선족 등 재외한인들의 세계적인 동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갈 계획”이라며 “젊은 연구자들이 더 많이 참여해서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국내·외 연구자들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 소장은 일본 도카이대학 전임강사를 거쳐 2001년 동의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일본근대학회 회장, 동의대 인문사회연구소장, 인문대학장, 교육대학원장, 중앙도서관장을 역임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