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엔저 터널, 일학개미는 역주행 베팅
엔·달러 환율 160엔 돌파
엔화 상승 ETF 매수 늘어
일본 엔화가 34년 만에 역대급 약세를 기록하며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엔화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왔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3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1월 140엔대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전날 160엔을 돌파했다. 이는 199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같은 날 155엔 안팎으로 내려와 이날에도 156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에서는 엔화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미국30년 국채 엔화노출 ETF’는 지난달 29일 하루 개인 순매수액이 33억 원에 달했다. 최근 1개월의 평균치인 12억 원 대비 168%나 뛰었다. ‘ACE 미국30년 국채 엔화노출 액티브 ETF’도 지난달 29일 개인 순매수액이 최근 한 달 평균(5억 5000만 원)보다 158% 많은 14억 원을 찍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엔화가 오르면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을 매수하고 나선 것은 ‘엔저 터널’이 역대급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긴 호흡의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소비가 꺾이는 등 최근 일본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사실상 ‘제로 금리’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금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에 소극적인 것도 난관이다. 최근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시사했지만, 엔화 추락을 막지 못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