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함께 외쳤지만 ‘국민 25만 원’ 등 세부 정책에선 입장차
대통령, 이재명 '민생지원금' 반대
R&D 추경 반영에도 부정적 입장
여야정 민생협의체 가동에도 이견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9일 첫 회담에서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정책적 현안”(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하지만 민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동시에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주는 ‘민생 회복 긴급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현재 편성돼 있는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잘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실상 반대했다고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전했다. 이 대표가 “민생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민생 회복 긴급조치에 대해 직접 결단해 달라”고 모두발언에 이어 거듭 지원금 지급을 주문하자 윤 대통령은 “물가·금리·재정에 미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어려운 분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과 관련, 민주당이 요구해 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증액분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개혁과 관련, 이 대표는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에서 결론이 났으니 신속히 방향을 정하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22대 국회에서 천천히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였다고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여야정 민생협의체 가동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이 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은 민생 회복 긴급조치에 대해 현 예산 집행이 우선이며, 집행 과정에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가동해 필요한 논의가 무엇이 더 있는지 논의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그 입장을 고수해 민생협의체에 대한 추가적 논의는 진행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주요 현안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면서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 대변인도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사실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