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0년 숙원 ‘깨끗한 식수’… 의령 주민 반발 2주 만에 좌절
의령군 '맑은 물 상생 협약' 해지
주민 대책위 구성 등 강력 반발해
지역 의견 수렴 없이 강행 비난도
시, 여론 청취 후 내용 이행 의지
행정적 절차부터 시작한 게 악재
부산시와 경남 의령군이 합의한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생협약’(부산일보 4월 16일 자 1면 보도)이 의령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2주 만에 일방적으로 해지됐다. 부산 시민의 30년 숙원이었던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번 협약이 깨지면서 부산의 고질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의령군은 지난 26일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상생발전 협약을 해지한다고 시에 통보해 왔다. 지난 12일 의령군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태완 의령군수가 협약서에 서명을 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협약은 의령 지역 낙동강 강변여과수를 하루 22만t 취수해 부산과 동부경남에 공급하는 대신, 부산은 한 해 200억 원 규모의 의령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했다. 부산시가 농업용수 부족이 예상되면 취수를 중단하는 등 취수지역 농민의 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양 지자체 합의가 깨진 것은 협약 이후 낙동강 강변여과수 취수 영향 지역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강력 반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위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동의 절차 없이 의령군이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했다며 협약 취소와 군수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 수위를 높여 왔다.
의령군은 이와 관련 “앞으로 군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 검토에 있어 군민과 사업 지역 주민 이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협약 해지 통보에 부산시는 당혹한 분위기 속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시는 의령군에 공문을 통해 지금 당장 협약 취소를 결정하기보다는 여론 수렴 후 협약 내용을 이행해 나가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최대한 신중하고 차분하게 현 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라며 “의령군에 주민 여론을 최대한 수렴한 뒤 협약을 이어가자는 의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령군은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주민 여론 수렴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자치단체 간 행정적 협약을 물꼬로 시작하려 한 것부터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의령군에 이어 창녕군과 합천군까지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첫 출발점부터 일이 꼬이면서 2028년 부산에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