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하루 6만~7만 상자 생선 선도 지키려 작업자 영하 속 ‘구슬땀’ [피시랩소디]
냉동공장
신선함 유지 핵심 얼음 공급 달려
성어기 기준 하루 100t가량 출고
제조·분쇄·이동 등 수작업 의존
생선 가격의 핵심은 ‘신선함’에 달려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은 하루 평균 6만~7만 상자(상자당 약 20kg) 분량의 생선을 위판한다. 전국 최대 수준이다. 운반선이 싣고 온 생선을 어종과 크기별로 분류하는 데만 6~7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생선은 상온에 노출되는데, 이때 생선을 차갑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공기에 생선이 오래 노출되면 색이 변하고 물러진다. 생선을 구매하는 베테랑 중도매인들과 경매 첫 가격을 정하는 경매사는 발 빠르게 이 선도 하락을 눈치채고 낮은 가격을 부른다. 이는 곧 선사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때 선도를 유지해 좋은 고기가 위판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이동 시 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바로 ‘얼음’이다.
어시장에 위치한 냉동공장은 성어기 기준 하루 평균 100t가량의 얼음을 출고한다. 주로 조업을 나가는 배의 어창에 넣을 얼음과 위판 시 상자에 담길 얼음을 공급한다. 얼음을 얼리는 기계를 조작하고, 얼음을 캔에서 빼고, 얼음을 잘게 부수는 작업까지 전부 인력으로 진행된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아이스캔이라 불리는 통에 정수된 물 135kg을 넣으면 48시간 안에 영하 10~12도에 얼려 나온다. 이때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켜 통에 물을 붓고 냉매액에 이 캔을 넣는다. 아이스캔을 끌어올리고 내리는 작업은 사람이 직접 크레인을 조작해야 한다. 135kg의 얼음을 이동하다 보니 크레인도 흔들리기 마련인데, 숙련자만이 크레인을 조작하고 얼음을 뺄 수 있다. 흔들리는 캔을 제대로 조정하지 않으면 캔이 제대로 수용액에 들어가지 않거나, 이탈하기도 한다.
생산된 얼음을 쇄빙이 가능한 층으로 옮기는 작업도 사람의 몫이다. 135kg의 육중한 얼음은 길이만 1m가량이고, 두께가 25cm에 이른다. 사람이 직접 아이스캔에서 빠져나온 얼음을 쇄빙기계가 있는 곳까지 10m가량 밀어야 한다. ‘운반 집게’라 불리는 도구로 25cm 두께의 얼음을 집어 밀다보면, 영하의 작업 환경에도 땀이 주르륵 흐른다. 파쇄기는 거대한 얼음을 2초 만에 갈아버리기에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도 하다.
냉동창고 건물 아래로는 중도매인들이 리어카를 가지고 와서 얼음을 받는다. 돌제부두 쪽 해상에서는 얼음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배들이 있다. 중도매인들과 배가 요청하는 얼음을 확인하고 제때 공급하는 것도 얼음의 상황과 요청 상황 등 전반적인 것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자들만 할 수 있다.
냉동공장 작업자들에게 가장 고된 점은 항상 영하에 가까운 온도에서 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수인 냉동공장 출고반장은 “추운 날씨에서 일하다 보니 혈액순환이 안 되고 100kg가 넘는 얼음을 매번 옮기다 보니 손목이 항상 좋지 않다”라며 “1970년대 지어진 냉동공장은 시설개선이 부족한 상태다. 현대화를 통해 냉동공장이 새로 지어지면 생산성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