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어른이 읽으면 더 좋은 어린이책 길라잡이
구체적인 어린이 / 김유진
어른이 어린이책을 읽는 것은 나이 값을 못해서가 아니다. <구체적인 어린이>의 저자는 어른이 어린이를 만나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어린이책 읽기를 꼽았다. 어린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어린이책을 읽는 것만한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많은 어린이책 가운데 어떤 작품을 골라 읽어야 할지에 대한 길잡이로 이 책을 썼다. 쉽게 말하자면 어른이 읽으면 좋을 법한 어린이책을 추천해주는 책이다.
어린이책도 종류가 다양하다. 동시, 동화, 그림책, 그래픽 노블, 청소년소설 등등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품 100여 편을 엄선해 다시 서른 가지의 주제에 맞춰 이를 나눠 소개한다. 출판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엄선된 100여 편을 두고 ‘수많은 어린이와 어른에게 사랑받아 온 영원한 세계적 고전과 더불어 오늘날 가장 앞선 자리에서 새로운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최신 명작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이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다. ‘책 좀 읽었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금까지 어지간히 어린이책에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잠깐 읽어보는 사이 어린이책에 대한 편견(어떤 이야기이든 한없이 밝고 유치한 것일 거라는)이 사라진다. 오히려 이 책이 추천하는 어린이책들이 전쟁과 죽음, 폭력 등 무거운 주제를 어떻고 고민하고 전달하는지 궁금해졌다. 또한 어린이책이 성인용 서적 못지 않게 장애와 차별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해석도 흥미로웠다. 사실 어린이 자체가 약자이다.
책의 부제는 ‘어린이책을 읽으며 다정한 어른이 되는 법’. 굳이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어린이책을 종종 읽어야겠다. 어린이책 그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우선 이 책부터 마저 다 읽어야겠다. 김유진 지음/민음사/328쪽/1만 7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