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자아가 비대한 노동자 신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민 '미진美珍 유진流珍'

신민 '미진美珍 유진流珍'.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신민 '미진美珍 유진流珍'.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쉬지 않는 자아 폭발러. SNS상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는 SNS 중독자. INTP. 사자자리.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fatshinmin. 주로 종이를 사용하여 조각을 만든다. 무용·연극·미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서울과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평일 및 주말 10시부터 18시까지 여는 대부분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란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작품을 감상하러 힘들게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재미있게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 노출이 많이 될 수 있는 SNS 및 숏폼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작가 소개 중

신민 작가는 생계를 위해 거대 외국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에서 일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매일 엄청난 양의 감자튀김 포대 포장지가 버려지는 모습을 보며 마치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값싼 노동력을 상징하는 재료라고 생각했다. 이 포대 포장지를 재료로 패스트푸드점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 군상을 만들어 왔다. 특히 국내 패스트푸드점·카페·음식점·경찰서·백화점·병원·기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리본 머리 망을 착용한 여성 서비스 노동자 군상 연작은 여성 서비스 노동자 대부분이 착용해야만 하는 복장 안에서 한국 여성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산정한 작품이다. 최근에는 고객의 소리에 적힌 불만 글(Voice of Customer)을 소재로 퍼포먼스 실험을 하며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고용주들이 제일 싫어하는 자아가 비대한 노동자다. 작가는 자기 자신이 소중한 비대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야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 믿는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능수능란한 관종’전에서 작가는 이렇게 자아가 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천장에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CCTV를 직캠처럼 의식하고 춤을 추는 노동자들(‘CCTV야 우리들의 춤을 봐’), 고객의 소리가 아닌 노동자들의 소리를 이야기하는 라디오(‘VOW 라디오 - 민주 시리즈’), 작가의 모습을 쏙 빼닮아 기골이 장대한 중고생 조각상들의 인생 샷 포즈(‘같이 찍엉’),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들을 살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사천왕 같은 조각상(‘미진美珍 유진流珍’),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는 엄청난 쓰레기들을 나르다 지친 노동자 조각(‘거대한 황금 아치’) 등의 작업들로 노동자들이 단순한 업무 수행자가 아닌 주체적인 인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며 자아가 강한 인물들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신민의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능수능란한 관종’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열린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