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아니라고? 그럼 뭐가 부산이고?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기획전
7월까지 부산현대미술관서 개최
부산 정체성 묻는 기획 인상적
동시에 ‘관종’ 의미 찾는 전시도
이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3번이나 전시장을 찾았다. 참여 작가와 기획자 인터뷰들까지 꽤 많은 품이 들어갔다. 그만큼 이 전시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부산에 삶의 터전을 가진 이들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부산현대미술관이 7월 7일까지 여는 상반기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전이다.
전시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기자들에게 전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당장 여러 기자가 “그럼 무엇이 부산인가? 전시에서 보여주는 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달라”고 요청했다. 2개 층 63명의 작가 145점의 현대 미술 작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는 없었지만, 이 전시에 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질문 같았다.
지역 소멸 위기를 걱정하는 시대, 한때(지금은?) 대한민국에서 2번째 큰 도시라고 불리던 부산조차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위해 역외로 떠나고, 기관 이전으로 부산에 내려온 직장인들조차 여전히 집과 가족은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시작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제대로 탐색하고 싶었어요. 쉽지 않은 주제였기에 고민이 많았죠. 좀 더 많은 이들의 지혜를 모으자 싶어 1년 전 부산의 예술인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전시추진위원회를 꾸렸죠. 여러 번 회의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부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리서치(설문) 조사도 했어요. 합의된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덕분에 부산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가치를 찾을 수 있었죠.”
전시를 기획한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의 설명처럼, 추진위에서 나온 다양한 관점은 7개의 소주제를 가진 전시로 탄생했다. 전시 제목으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용어 ‘전술적 실천’이라는 말은 부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만났던 사람들의 경험, 노력, 공동의 실천을 의미하고 있다.
7개의 소주제는 이렇다. 우선 ‘체화된 기억’에선 축적된 경험과 신체성에 주목했다. 티파니 청은 부산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의 이주 경로를 지도에 기록했다. 부산으로 유입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양자주 작가는 부산 재개발 지역의 벽에 시민들과 같이 지장을 찍어 작품을 완성했다. 여상희 작가는 유엔 공원에 묻힌 이름 없는 병사들의 비석을 신문이라는 소재로 다시 만들었다.
‘요충지-소문의 곳’은 부산 가덕도에서 채집한 소리와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그 외에도 로컬 식문화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미래로의 연결망’, 의미 있는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인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 혐오와 배척이 난무하는 시대의 건강한 관계 맺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불안-조율-공존’, 경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야기하는 ‘경계 감각’, 미술계에선 소수일 수 있는 여성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복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가 있다.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전시는 유쾌한 요소가 많다. 관객이 몸으로 체험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작품도 있고, 동화나 만화, 영화 형식을 가진 작품도 있다.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관객이 공감하는 부산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모처럼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았다면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전 외 다른 기획전 2개도 같이 둘러볼 만하다.
지하 1층의 2개 전시실에선 ‘능수능란한 관종’전이 열리고 있다. 관심을 추구하는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임을 탐색하고 있다. 관심을 얻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일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관종’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작품은 개성적이고 과격하고 때론 기괴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미성년자 관람 주의, 사진을 찍지 마시오라는 메시지가 붙은 작품들도 있으니 어느 정도 표현 수위를 짐작할 수 있다. 실험적이고 기득권에 반하는 저항의 목소리가 작품에 제대로 묻어난다.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비평 연구 아카이브 자료 등 32명의 작가, 136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 지하 1층 1전시실에선 미술관의 소장품 전시도 열리고 있다. 마크리의 ‘나의 집이었던 곳’, 스튜디오1750의 ‘LMO3116’ 은 환경, 생태에 관한 메시지를 체험하는 설치물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