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에 재반박 ‘무한루프’ 하이브-민희진, 향후 쟁점은?
‘뉴진스 계약 해지권’ 두고 공방
이사회·주총 개최 여부 등 주목
가요기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의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양 측이 연일 대립각을 세우며 법정 싸움을 예고한 가운데 이달 열릴 어도어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논의 결과에 따라 우선적으로 이번 사태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법조계와 엔터계에 따르면, 민 대표 측 법무법인은 올해 2월 주주 간 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냈지만 거절 회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에는 소속 걸그룹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를 어도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주주 간 계약상 아티스트의 전속계약 해지는 다른 기획사들과 마찬가지로 이사회의 승인을 얻게 되어 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이 같은 요청이 지난달 감사 중간 결과에서 공개된 배임 의혹과 맥을 같이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어도어 이사회는 민 대표 본인과 측근인 신모 부대표, 김모 이사 등 3명으로 이들이 의결권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계약 구조에서는 아티스트 전속계약 해지와 같은 움직임이 보였을 때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임시주총을 소집해 어도어 이사진을 교체할 수 있다. 만약 민 대표가 단독으로 전속계약 해지권을 갖게 된다면 하이브는 뉴진스 이탈을 막을 방도가 없어지고, 소속 가수가 뉴진스 한 팀인 어도어엔 직원들만 남게 된다. 하이브 측은 이 같은 요청이 ‘어도어는 빈 껍데기가 됨’이라는 대화록과 맥을 같이한다고 의심하지만, 민 대표 측은 “흑색선전을 멈추라”며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양쪽의 반박과 재반박이 계속되면서 이번 사태의 향방에 갈수록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향후 쟁점은 △이사회·주주총회 개최와 관련된 논쟁 △민 대표에 대한 배임 고발 건 등이다.
어도어 측은 지난달 30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와 관련한 서울서부지법 심문에서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냈다. 어도어 측은 당초 하이브의 이사회 소집 요구를 거부했지만, 10일 이사회에 이어 이달 말 중 주주총회 개최의 뜻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이 열리면 지분 80%를 가진 하이브의 뜻에 따라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양쪽이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봉합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지만,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민 대표의 배임 여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그러나 민 대표는 지난달 25일 연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탈취 등 자신을 둘러싼 배임 의혹을 부인했다. 오히려 민 대표는 포렌식 등을 통해 하이브가 자신의 메신저 대화를 엿봤다며 “개인 사찰한 하이브를 고소할 것”이라고 맞선 바 있다. 민 대표가 이번 주총에서 해임된다면 이와 관련해서도 법적 다툼을 일어날 수 있다.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의 풋옵션, 경업금지 조항 등 여러 갈등도 법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