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가마우지의 얄궂은 운명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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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라는 철새가 있다. 대부분 해안에서 생활하지만 큰 강이나 호수에서도 볼 수 있다. 큰 것은 몸길이가 70~9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민물가마우지가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새는 헤엄을 치다가 잠수해 물고기를 잡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 이 능력이 가마우지의 운명을 얄궂게 만들었다.

가마우지는 오래전부터 ‘물고기 사냥의 명수’로 불렸다. 타고난 사냥 실력을 보유한 가마우지를 사람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가마우지를 길들여 물고기 사냥에 이용했다. 이른바 가마우지 낚시법이다.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 아래에 끈을 묶고 사냥을 시킨 뒤 잡은 물고기는 빼앗았다. 일은 가마우지가 다 했지만 그 성과물은 사람의 차지였다. 636년에 발간된 수나라 역사책 〈수서(隋書)〉에 고대 일본의 전통 낚시법이라고 소개돼 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된 듯하다. 어로법이 독특했는지 이탈리아 선교사 오도릭(1265~1331)이 쓴 〈동방기행〉에도 실려 유럽 사람들에게 동양의 신기한 풍물로 알려졌다고 한다.

한때는 일본의 한 경제평론가가 일본에 핵심 부품이나 소재를 의존하는 한국 수출 구조의 취약성을 빗대 ‘가마우지 경제’라고 말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목줄(부품·소재)에 묶여 완제품 수출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 과실은 일본이 취한다는 점을 조롱한 것이다. 가마우지의 뛰어난 물고기 사냥 실력이 비꼼과 조롱의 소재가 된 셈이다.

최근 가마우지는 또 한 번 그 천부적인 능력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달갑지 않은 처지에 놓였다. 원래 러시아 연해주나 사할린이 서식지였던 가마우지가 기후변화 탓인지 점점 우리나라의 텃새로 습성이 변해 강가 등에 그대로 눌러앉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텃새가 된 것까지는 괜찮은데 물고기 사냥 실력으로 가는 곳마다 민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는 것이다. 경남 산청의 경호강이나 덕천강, 경북 포항의 형산강 등 강 유역 주변 농어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호소다.

지자체의 호소에 가마우지는 결국 지난해 말 환경부에 의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이후 일부 지자체는 최근 아예 엽사까지 동원해 직접 사냥에 나섰다고 하니 가마우지로선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한때는 구경조차 쉽지 않았던 가마우지였건만 상황이 급변하니 이젠 인간의 총질만이 사나워진다. 이 모두 가마우지의 물고기 사냥 실력을 탓해야 하나.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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