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영상 찍고… 나이 잊은 '만년 청춘'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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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원 누리영상단 단장

아모르합창단서 10년 넘게 활동
매일 휴대폰으로 '디지아트' 그림
시니어들 뭉쳐 매년 영화 제작도
"열정적 삶의 비결은 건강·감사"

이해원 누리영상단 단장이 부산 해운대구 은누리디지털문화원에서 은퇴 후 여가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해원 누리영상단 단장이 부산 해운대구 은누리디지털문화원에서 은퇴 후 여가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래를 가수처럼 잘 부르면 참 좋겠지만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자세와 매너만은 가수 못지않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웃어른으로서 예절이 깃든 의젓함과 당당함, 그리고 멋을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지난 9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린 ‘8090콘서트’를 앞두고 이해원(86) 누리영상단장이 동료 단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8090콘서트는 부산 시니어 합창단인 ‘아모르합창단’의 80세 이상 회원들이 선보인 특별공연이었다. 은퇴 후 80대의 나이에도 ‘만년 청춘’으로 살고 있는 이 단장은 아모르합창단에서 10여 년째 활동 중이다. 해마다 발표회를 열고 있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에 초청도 잇따른다.

“아내가 아모르합창단 초창기 멤버예요. 같이 하자고 하는 걸 노래를 못해서 안 한다고 그랬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당시 합창단 단장을 마주쳤는데 전에 잘 알던 사람인 거예요. 노래방 가면 나보다 노래를 못하던 사람이 단장이라는데 내가 못 할 게 뭐 있어, 하고 입단했지요.”

이 단장이 이끄는 누리영상단은 시니어 15명이 모인 영상 제작 모임이다. 단원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연기까지 한다. 매년 영화 한 편씩을 만들어 시니어 영화제에 꾸준히 출품하고 있다.

“영상 편집을 10년 정도 배웠어요. 시니어영화제는 부산, 서울, 정읍에서 열리는데 대상 받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상금 받아도 차비하고 경비로 쓰면 끝이에요. 우리가 돈 보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출품하는 재미, 같이 어울려서 바람 쐬는 재미지요.”

일주일에 3일, 부산 해운대구 은누리디지털문화원에서 수업을 듣는 이 단장은 노트북과 휴대폰 사용법을 배운다고 했다. “스마트폰 기능이 수천 가지잖아요. 나이 들면 전화, 카톡, 카메라만 쓰더라고요. 저는 그림도 그릴 줄 알고 사진 합성도 좀 할 줄 알아요. 디지아트라고 들어보셨어요?”

이 단장은 휴대폰을 꺼내 갤러리를 펼쳐 보였다. 휴대폰으로 그린 그림이 1000점 넘게 저장돼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1점씩 그리고 모임원들과 공유한다.

“미술 하는 사람은 휴대폰 그림을 경원시한다고 생각했는데 ‘부산항 작가’ 김충진 화백이 디지털 학원에 와서 이걸 가르쳐 준 거예요. 2017년쯤 시작했어요. 그림을 전공하지 않아도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그릴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죠.”

5년 전에는 디지아트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사실은 그게 그림도 아니지요. 하지만 나이 들어도 그림 그리면서 산다, 내 삶의 궤적이다 이런 걸 보여주기 위한 거였어요. 그해 제가 팔순이었거든요. 근처 중국집에서 전시회 오는 사람들 다 식사 대접했어요. 말하자면 팔순 잔치였죠.”

부산일보 기자 출신인 이 단장은 1998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에는 10년 넘게 부산일보 자회사 대표, 광고회사 대표, 건설사 상임감사 등을 맡아 일했다. 72세부터 일을 놓고 여가 인생을 시작했지만, 일정표는 빈 곳이 없을 만큼 빽빽하다. 이 단장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삶의 비결은 건강과 감사라고 했다.

“늙으면 내가 언제 죽을지 자식들은 잘 살는지 걱정이 많잖아요. 매일 뭐라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잡념도 없어져요. 잘 걷고 잘 먹는 게 건강 비결입니다. 달맞이고개를 아내와 매일 걸어요. 영감 할머니가 손잡고 다닌다고 동네에 소문이 다 났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걸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정말 행복합니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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