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사실상 거부권 시사… 영수회담 후 협치 분위기 급랭
채 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처리
윤재옥 "의장 입법 폭주에 가담"
대통령실 "죽음 이용 나쁜 정치"
“엄중 대응” 강도 높은 비판 나서
여야 강대강 대치 국면 이어질 듯
거대 야당 주도로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의 본회의 부의 안건이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 이에 맞춰 대통령실은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지난달 29일 영수회담 이후 조성되던 협치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2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직후 윤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합의 처리함으로써 협치의 희망을 국민에게 드리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입법 폭주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입법 폭주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날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협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 중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접수, 김 의장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을 기습 상정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직접적으로 '거부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입법 독주' '엄중 대응' 등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사실상 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국회 본회의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며 "나쁜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이 일방 강행하려는 것 자체가, 진상 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입법 독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문턱을 넘은 채 상병 특검법도 여당의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재표결 후 폐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또다시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구도가 반복되면서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21대 국회 내도록 강대강 대치 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다 22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이 더욱 극심해지는 만큼 협치는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한편, 이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551일 만이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축제 압사 사고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은 재석 의원 259명에 찬성 256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기권한 3명은 국민의힘 서병수·우신구·김근태 의원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