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소년들과 불안한 소녀들…청소년 섭식장애도 '껑충'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
전국 6~17세 6275명 조사
16%는 정신장애 경험 있고
반항장애·특정공포증 많아
여성 청소년 3%, 섭식장애
학교 밖 청소년은 더 취약해
전화·카카오톡 채널 등 상담
5월은 푸르지만 어떤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다. 국내 소아와 청소년 100명 중 16명은 정신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고, 이 중 7명은 현재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치료나 상담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정부가 실시한 첫 전국 조사 결과다.
■남성 청소년 12%는 현재 증상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전국 6~17세 소아·청소년 6275명(6~11세 2893명·12~17세 3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주관 하에 서울대학교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 표본 가구를 방문해 소아·청소년 또는 부모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애 진단에는 30개국에서 사용되는 온라인 기반의 국제적 도구를 사용했다.
정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성인 대상으로는 2001년부터 5년마다 실시됐지만, 소아·청소년 대상의 전국 단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소아 14.3%·청소년 18.0%)였다. 평생 유병률은 현재와 과거 중 어느 한 시점이라도 정신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한 경우다. 조사 시점에 증상을 보인 현재 유병률은 7.1%로, 청소년(9.5%)이 소아(4.7%)보다 배 이상 높았고, 청소년 중에는 남학생(11.6%)이 여학생(7.2%)보다 높았다.
장애 유형별로 현재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2.7%), 틱장애(2.4%), 섭식장애(1.1%) 순으로 나타났다. 평생 유병률은 특정공포증(5.8%), 적대적 반항장애(4.1%), 분리불안장애(3.8%), 틱장애(2.4%), 섭식장애(1.7%) 순으로 높았다.
주요 유형을 보면 적대적 반항장애는 청소년의 유병률(현재 3.7%·평생 5.7%)이 소아(1.7%·2.4%)보다 배 이상 높았다. 또 청소년의 경우 남학생의 평생 유병률(6.9%)이 여학생(4.5%)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분노·과민한 기분, 논쟁적·반항적 행동 또는 보복적 특성이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6개월간 증상이 4개 이상 나타나는지 등을 측정한다.
특정공포증의 평생 유병률은 소아(7.0%)가 청소년(4.6%)보다 1.5배 높았고, 청소년에서는 여학생(6.0%)이 남학생(3.2%)보다 1.9배 높게 나타났다. 불안장애에 속하는 특정공포증은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한해 극심한 공포와 불안을 경험할 때 진단한다.
섭식장애는 청소년 유병률(현재 1.6%·평생 2.3%)이 소아(0.5%·1.0%)보다 월등히 높았고, 청소년 중 여성(현재 2.0%·평생 3.0%)이 남성(1.1%·1.8%)보다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 김붕년 교수는 이에 대해 2010년대 일부 권역에서 실시한 소아청소년 대상 조사 결과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이 0.5%도 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서비스 이용률 높여야
정신장애가 의료·상담 등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진 비율은 미미했다.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 중 지난 1년간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4.3%, 평생 한 번이라도 이용한 비율도 6.6%에 그쳤다.
이밖에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는 소아의 비율은 0.3%, 청소년은 4.2%였다.
김붕년 교수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 '향후 보험 가입, 입시, 취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비중 있게 나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제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 항목에 게임중독, 학교폭력 경험 등 도구와 부모와 소아·청소년의 다양한 위험 요인도 포함한 만큼 추후 주기적 조사와 더불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서는 지난해 청소년쉼터, 소년원 등 기관의 12~17세 1561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진행한 '학교 밖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조사 결과 학교 밖 청소년의 정신장애 현재 유병률은 40.5%, 평생 유병률은 53.3%에 달했다. 특히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응답자 중 71.3%는 자살 사고, 53.9%는 자살행동을 해봤다고 답해 정신장애가 자살과 자해의 위험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움이 필요한 소아·청소년은 자살예방상담전화(109), 청소년상담전화(1388), 카카오톡 채널 '다들어줄개'로 상담할 수 있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와 위(Wee) 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오프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모바일 마음건강 자가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살예방 SNS 상담도 개통할 예정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