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 왕국 고려의 흔적을 만나다
복천박물관서 고려궁성전
개성 만월대 기와·금속활자
만덕사지 유물과 비교 체험
큰 인기 속에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주요 배경이 된 고려 수도 개성의 궁궐 만월대 정전(正殿)이었던 회경전 모습과 고려 유물을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시립박물관 소속 복천박물관이 특별교류전으로 열고 있는 ‘하나의 과거 현재 미래-부산에서 만나는 고려궁성전’이다. 고려궁성전은 복천박물관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최하고, 통일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2024년 ‘개성 만월대 순회전시’의 첫 전시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통일부·문화재청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를 여덟 차례 진행했다. 12년간의 발굴 조사를 통해 만월대 서부건축군 1만 9770㎡에서 고려 궁궐 건물지 40여 동을 확인했고, 금속활자·청자·장식기와 등 가치 있는 유물 1만 7900점을 발굴했다. 개성 만월대의 금속활자 발굴은 금속활자가 국가가 주도해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라는 위상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2013년 만월대를 포함한 개성역사유적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2015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만월대 발굴사업이 중단됐다. 남북공동발굴 출토 유물도 남쪽으로 가지고 올 수가 없었기에 이번 고려궁성전도 금속활자와 기와 등의 재현 유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막새, 암막새, 용두는 석고와 파우더를 사용한 3D프린팅 기술로 재현하고 후가공으로 도색했다. 특히 마루 장식 기와인 용두(龍頭)는 실물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개성 만월대 발굴 성과와 부산시가 소장한 고려 시대 유물을 함께 전시해 시민들이 역사 속 고려를 직접 보고 입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고려 시대는 불교문화의 최고 전성기로 부산에도 북구 만덕동 일대에 있었던 지금의 범어사 못지않은 대규모 사찰 만덕사의 절터에서 기와와 도자기, 전돌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다. 이번 전시는 이 밖에도 남북 고고학자들의 발굴 이야기와 발굴 도구를 직접 만나고 손으로 만지는 유물 체험도 가능하도록 꾸몄다. 복천박물관은 28~31일 고고학 시민강좌 ‘발굴로 찾은 우리 궁(宮)이야기’를 통해 만월대를 비롯한 우리 궁성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는다.
최정혜 복천박물관장은 “부산은 예로부터 단순한 변방이 아니었고 고려 시대에는 낙동강 수로를 이용해 다른 지역과 활발히 교류했다. 이렇게 부를 축적한 부산 토호들이 높은 경제력과 사회적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분묘 유적에서 출토된 각종 청자와 도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복천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8월 4일까지 열린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