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도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최적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김상민 대표
지정학적 강점 최대한 살려 본격화
일자리 창출·기업 유치 역할 기대감
북항 내 '파격적 장소'에 둥지 예정
온라인 기반 사업의 특징으로 ‘공간의 초월’을 꼽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집이든 산기슭이든 인터넷 접속만 되면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다.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을 비롯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구글 등의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몰려있다. 이들 기업이 굳이 고물가와 교통난에 시달리는 곳에 간 이유는, 그만큼 실리콘밸리가 사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온라인 중심 기업이라도, 어디에 터를 잡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디지털자산거래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이 맞물려야 돌아간다. 그런 면에서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최적의 입지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김상민 대표는 부산이었기 때문에 거래소가 추진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광물부터 부동산, 공산품, 지식재산권 등 모든 자원을 토큰화해 취급할 계획이다. 부산시와 운영사인 BDX컨소시엄은 납입금을 완료하고 공식적인 법인 활동에 들어갔고, 올해 말 거래소 플랫폼을 완성해 거래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시장과 업계가 거래소에 관심이 큰 이유는 가능성과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부산이 가진 지정학적 장점은 덜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이점은 거버넌스 형태다. 100% 민간 자본으로 운영되지만, 지자체가 지원과 공정성을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분권형 거버넌스에 따라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도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블록체인 시장을 괴롭힌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처로, 대중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여기에 더해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물류 도시 부산과 거래소의 관계를 논해야 한다”며 “부산의 도시 인프라가 거래소의 가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상장했거나 상장을 희망하는 업체, 투자자 등과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실물 검증과 재고 관리 등도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곳에서 쉽게 찾아올 수 있고 실물 자산을 옮기고 보관할 수 있는, 전형적인 물류 도시의 인프라가 필요한 이유다. 거래소의 거래 방식은 디지털이지만,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준비는 현실 세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부산은 물류 도시로서 대한민국 성장을 이끌어왔는데,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는 거래소가 필요로 하는 환경에 부합한다”며 “그런 면에서 이 도시는 오래전부터 실물 자산 거래소 준비를 해 온 셈이다”고 평가했다.
부산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지역 경제 기여도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거래소 자체의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도 있겠지만, 관련 기업 유치를 견인하는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차적으로 블록체인 업체 등 기술적인 관계에 놓인 업체들이 거래소 주변으로 모일 수 있다. 거래소가 활성화되면 실물 자산을 거래하는 다양한 상장 회사의 유치도 용이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거래소를 통해 활발하게 실물을 취급하는 해외 업체가 있다면, 그 회사의 한국 지사는 부산에 둘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미 거래소 상장을 희망하는 일부 업체와 지사를 옮기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선임된 김 대표는 기업 유치와 함께 거래소 부지 선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무난한 선택지였던 문현금융단지 대신 부산의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제3의 장소에 거래소의 둥지를 틀기로 결정했다. 부지 선정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김 대표에 따르면 부산항 북항 권역 내 “파격적인 장소의 이색적인 시설”에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간판이 걸린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감각적인 사옥을 짓는 데 이유가 있다”며 “기업이 보여주는 이미지가 성공을 좌우하기도 하는데, 틀에 박힌 사무실로는 거래소의 미래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19대 국회 정무위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업, 상장 희망 업체들과 만나 부산 이전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상징적인 부지에 이색적인 사옥을 짓고 함께할 기업들을 찾는 것은, 김 대표에게 이들이 모여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디지털거래 특화 거리’라는 청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청사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관련 법과 규제 등이 얽혀 있지만, 각 단계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며 “거래소 상장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줄을 서고, 디지털 거래의 중심이 된 부산에 기업들이 모여 타운을 형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미래다”고 답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