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1년 전력수요 2배로 ‘껑충’…전력망 건설 '하세월'속 특별법도 무산
205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1226%↑
전력망 건설은 137개월까지 지연 등 ‘난항’
'전력망 확충 특별법' 21대 국회 자동폐기 수순
오는 2050∼2051년 국내 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배 이상 늘어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100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로 실어 나를 전력망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주민 반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 등으로 대부분의 전력망 건설 사업이 초기부터 난항을 겪는 등 차질을 빚는 데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법안 마저 이달 말 종료되는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6일 국회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 법안소위 문턱 조차 넘지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법안은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전력망확충위원회'를 만들고, 정부 주도의 입지 선정과 사업 시행에서 민간의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건설 기간을 현재보다 26개월가량 단축하고 예측 가능한 일정에 따라 전력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야 산업위원들은 '고준위 방폐물관리 특별법안'과 '풍력발전보급 촉진 특별법안'을 21대 국회 임기 막판에 처리키로 의견을 모으고 법안 세부 문구를 조정 중이지만, 전력망 관련 법안은 논의 테이블 조차 오르지 못한 형국이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전력망 확충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기준으로 지난해 최대전력은 100.8GW(기가와트)로, 처음으로 100GW를 넘겼다. 전기 수요 피크를 의미하는 최대전력은 2051년에는 지난해의 배가 넘는 202GW로 치솟을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와 맞물려 전력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발전 비중도 비약적인 상승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10차 전기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2년 55.5TWh(테라와트시)에서 2050년 736TWh로 1226% 뛸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2022년 9.2%에서 2030년 21.6%, 2036년 30.6%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량을 늘린다 해도 전기 수요지 곳곳으로 전달할 '모세혈관'인 전력망 건설이 지속적으로 지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에 따르면 345kV(킬로볼트) 철탑과 154kV 철탑의 표본공정은 각각 9년, 6년 6개월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계획된 주요 전력망 건설 사업은 13∼137개월 지연되고 있다. 345㎸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경우 당초 목표는 2012년 12월이었지만, 실제 준공 시점은 올해 6월로 늦어져 137개월이나 지연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전력망 부족이 지속되면 국가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돼야 할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바이오 등의 산업단지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데다, 탄소중립 과제도 실현할 수 없다. 발전 제약 확대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된다. 당장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7월 동해안 최대 6.5GW, 서해안 최대 3.4GW의 발전 제약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전은 "독일·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전력망 투자를 국가적 현안으로 인식하고 과감한 제도 개선과 특례법을 제정해 왔다"며 "정책적·제도적으로 전방위적인 지원이 가능토록 ‘전력망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