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원석 '당대의 칼잡이' 떠나보낸 윤 대통령
한동훈, 尹 오찬 초청은 거절. 비대위·당직자들과 교류
이원석 '명품백' 사건 본격수사…8월 퇴임 앞두고 독자행보
윤 대통령, 검찰 벗어나 국민 눈높이 국정 운영 기회 될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가장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검찰 후배 두 사람이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곁을 떠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그들이다.
한 전 위원장은 4·10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뒤 칩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선거가 끝난 뒤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한 '한동훈 비대위' 인사들에게 오찬 회동 제안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한 전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일했던 비대위원, 당직자들과는 각각 식사 자리를 마련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서서히 세 결집에 나서 정치를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장은 최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KBS 신년대담에서 해당 사건을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음에도 이 총장이 그동안 미뤄오던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그만큼 '용산'의 입김에서 자유로와졌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특히 이 총장은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대통령실에 아무런 '귀뜸'도 하지 않아 용산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검찰에서는 임기 2년을 마치고 오는 8월 퇴임을 앞둔 이 총장이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과 이 총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고동락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만에 자신이 키워냈고, 데리고 썼던 '최고의 칼잡이' 2명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떠나보내게 됐다.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윤 대통령이 신뢰하던 측근들까지 잃고 국정 장악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검사 후배 2명이 곁에 없지만, 윤 대통령은 이제 더이상 검찰 인맥에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시각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국을 바라보고, 법에만 기대지 않고 민심에 중심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