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식 세계화 바람 타고 해외시장도 노려봅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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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푸른식품 이재철 대표·이종수 부사장

수산물 재고 관리 실패로 파산 위기
쿠팡 제안으로 로켓배송·마케팅 맡겨
해동·손질·포장에 집중해 재기 성공
유통 플랫폼·지역 중기 우수 사례로
“신제품 개발·판매 채널 확대 나서”

이재철 등푸른식품 대표 부자는 “쿠팡 PB상품이 인기를 끌며 회사는 안정됐지만 등푸른식품은 여전히 신제품 개발과 판매 채널 확대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철 등푸른식품 대표 부자는 “쿠팡 PB상품이 인기를 끌며 회사는 안정됐지만 등푸른식품은 여전히 신제품 개발과 판매 채널 확대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부산의 수산업체가 쿠팡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납품하며 재기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2011년 재고 관리 실패로 법정관리에 돌입했던 부산의 등푸른식품 이재철 대표와 이종수 부사장 이야기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등푸른식품은 2019년 쿠팡 PB 제품 납품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2022년 법정관리 졸업에 성공하는 등 대형 유통 플랫폼과 지역 중소기업 상생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등푸른식품이 납품하는 순살고등어와 흰다리새우살은 맛과 신선도 등 품질을 인정받아 고공행진 중이다.

이종수 등푸른식품 부사장(49)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납품으로 인한 원가 절감, 로켓배송과 고객 응대(CS), 마케팅을 책임지는 쿠팡 시스템이 파산 위기 극복의 결정적 이유”라고 재기 비결을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콜드체인 등 배송과 고객 서비스, 마케팅은 쿠팡에 맡기고 우리는 수산물 해동과 손질, 포장 등 업무에 집중하며 품질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으로 등푸른식품은 쿠팡 PB 입점 첫해 2019년 매출 3억 원에서 지난해 86억 원으로 고속성장했다. 직원 수도 지난해에만 26명을 새로 채용해 현재 48명이 일하고 있다. 올해도 2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등푸른식품은 쿠팡을 만나기 전에도 제품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회사였다. 창업주인 이재철 대표는 2000년 건설사에서 퇴임 후 염장 해파리 공장을 운영하다 고등어에 주목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등어를 하역해 가공할 수 있는 부산항의 장점을 살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대표는 부산 시내 도서관에서 고등어 관련 논문과 서적을 뒤지고, 대학의 관련 학과 교수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 결과 2001년 ‘부산 명품 고갈비’를 출시해 주요 대형마트와 식품기업에 납품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후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하던 ‘고등어 크로켓’이 발목을 잡았다. 2008년부터 합류한 이종수 부사장은 “제품 개발을 위해 많은 양의 고등어를 보관하던 중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수산물 소비가 줄고, 고등어 가격도 폭락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앉은 자리에서 60억 원가량의 손해를 떠안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70명 가깝던 직원은 14명까지 줄었다”고 덧붙였다.

흔들리던 등푸른식품과 쿠팡과의 첫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3사에서 모두 판매했다. 이후 2014년부터 로켓배송으로도 판매하던 중 2019년 쿠팡의 ‘곰곰’ PB 상품 납품을 제안받았다.

이종수 부사장은 당시 제안을 “반드시 잡아야 할 생명줄 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정관리에 돌입한 기업은 거래처를 확보할 때 보증보험 등 조건이 까다롭지만, 쿠팡은 그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먼저 거래를 제안했고, 위기 극복의 전환점이 됐다”며 “마침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판매가 늘어나며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쿠팡과의 협력이 그저 손쉬운 돈벌이는 아니었다.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직접 배송하던 중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이 부사장은 2014년 로켓배송으로 판매고를 올리던 중, 저녁 7~8시까지 마쳐야 할 택배 포장작업이 늦어져 직접 짐을 싣고 충북 옥천까지 운전했다. 순살 고등어를 포장한 아이스박스에서 드라이아이스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새어 나와 질식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는 “한겨울이라 창문을 닫고 운전했는데 머리가 아프고 질식할 것 같아 창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옥천까지 이동했다”고 회상했다.

쿠팡 PB 상품이 인기를 끌며 회사는 안정됐지만 등푸른식품은 여전히 신제품 개발과 판매 채널 확대를 구상 중이다. 이종수 부사장은 “프리미엄 제품과 반려동물 간식 개발과 함께 자체 온라인 몰 운영을 시작했다”면서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해외시장도 노크해 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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