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내세운 알리의 반전, K커머스보다 비싸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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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지정 생필품 30개 비교
라면·시리얼·생수 등 더 비싸
대형 브랜드 상품가 안내린 탓
'미끼 상품' 전략 장기화도 의문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주요 생필품 상당수가 국내 이커머스보다 오히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이 지정한 생필품 30개 품목을 대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와 국내 이커머스 간 할인이 적용된 최종 표시 가격을 비교한 결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오히려 비싸게 팔고 있는 상품이 대거 발견됐다.

우선 상품 대부분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1만 3010원에 내놓은 안성탕면 20개 묶음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선 46.0% 비싼 1만 9000원에 팔린다.

켈로그 콘푸로스트(600g) 3개 묶음 가격은 1만 3390원, 코카콜라 오리지널 무라벨(370ml) 페트병 24개들이 상품 가격은 2만 1760원으로 쿠팡보다 각각 470원, 1800원 비쌌다.

필수 식재료 중에서는 큐원 하얀설탕(3kg·4개), 백설 갈색설탕(1kg·3개), 백설 포도씨유(900ml·2개), 해표 식용유(1.8L·2개), 해표 카놀라유·해바라기유(각 900ml·각 3개), 해표 순창궁 재래식된장(1kg·2개), 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3kg·6개) 등이 비싸게 팔렸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입점·판매수수료 ‘0원’ 정책을 내세워 국내 유수의 대형 브랜드 판매사 24곳을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로 불러 모았다.

이에 맞춰 지난 3월부터 ‘1000억 페스타’라는 무기한 프로모션 등 다양한 판촉 광고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알리익스프레스에 가면 국내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십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장터) 구조인 G마켓이나 11번가와 비교해도 비싼 품목이 눈에 띄었다.

G마켓과 비교해 보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선 물티슈 베베숲 프리미어 70매 캡(20팩)은 5040원, 다우니 아로마 플로럴 섬유유연제(8.5L)는 530원 각각 비쌌다. 깨끗한나라 순수 프리미엄 27m 30롤(2팩) 가격도 G마켓은 3만 1790원인데 반해 알리익스프레스는 3만 8900원으로 22.4% 높았다.

이 밖에 11번가에서는 오뚜기 옛날 참기름(500ml·2개), 몽베스트 생수(1L·24페트), 농심 신라면(120g·20봉), 펩시 제로(355ml·24캔), 퍼실 유니버셜 젤 세탁세제(4.64L), 라보에이치 두피강화클리닉 스케일러(208g) 등의 상품이 알리익스프레스보다 싸게 팔린다.

오픈마켓은 통상 판매자가 가격 결정권을 쥔다. 입점·판매수수료가 없는 파격적인 조건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상당수의 제품 가격이 이처럼 국내 이커머스보다 비싼 것은 결국 판매자가 가격을 그만큼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 판매사가 장기간 협력해온 국내 유수 이커머스와의 관계를 고려해 알리익스프레스 판매가를 비교적 높게 유지했을 가능성 있다”고 짚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100억 페스타라는 자극적인 프로모션을 내세워 케이베뉴에서도 ‘미끼 상품 전략’을 차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상품을 미끼로 짧은 기간 수많은 고객을 끌어들인 성과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000억 페스타 할인이 적용된 일부 상품을 보고 싸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다른 일반 상품도 함께 구매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다만,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드는 프로모션을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는 만큼 이후 어떤 가격 정책을 운용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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