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나선 근로자, 교통 체증 뚫고 출퇴근 하느라 ‘기진맥진’
왕복 4시간 예사 매일 전쟁 치러
서부산 등 외곽 교통 인프라 부족
면접 가던 사람도 불편에 중도 포기
출근 2시간, 퇴근 2시간, 왕복 4시간을 길에 허비한다. 수도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부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녹산·장안 등 부산 외곽에 위치한 산업 단지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매일 전쟁을 치른다.
강서구 녹산공단에 위치한 섬유공장에 다니고 있는 A 씨는 출근을 위해 오전 5시 40분 길을 나선다. 연제구 연산동에 있는 자택에서 공장까지는 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1시간 남짓 거리다. 하지만 출근 시간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고, 오전 6시 전엔 길을 나서야 9시 전 출근이 가능하다. 비라도 내리는 날엔 3시간으로도 모자라다. A 씨는 “통근버스 노선을 이용하기 곤란한 지역이라, 매일 차를 몰고 출퇴근 한다”며 “출퇴근에 모든 에너지가 다 빨려 가, 직장도 가정도 생활이 너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6일 부산연구원의 ‘강서·사상·사하 등 서부산의 일자리 및 종사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평일 오전 7~9시 출근시간 녹산동·명지1동·대저2동에 각각 8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리며 서부산에서 가장 붐비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산동은 녹산·신호·화전·미음산단 등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다.
신호산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B 씨는 대구나 울산으로 이직을 고려 중이다. 대연동에서 신호산단으로 출퇴근을 3년째 하고 있는데, KTX를 타고 울산이나 대구로 가는 게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B 씨는 “시간은 비슷하게 걸릴지라도, KTX를 타면 몸도 편하고 자투리 시간도 더 알차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연봉도 부산보다 좋은 편이라고 하니, 부산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에 대한 요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단 출퇴근 인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산경제진흥원 등은 2001년부터 통근버스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출퇴근 교통정체를 해소하고 근로자들의 불편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서부산권 교통 인프라의 핵심인 장낙대교와 엄궁대교 건설이 멈춘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장낙대교와 엄궁대교는 철새도래지 훼손 논란으로 3년째 중단된 상태다. 녹산에서 20년 이상 조선기자재업체을 운영하고 있는 C 대표는 “산단 근무자 수에 비해 버스 정차가 적다. 교통이 매우 불편하고 심지어 면접을 보러 버스를 타고 오던 중간에 ‘이곳에서 일 못하겠다’며 그냥 간 경우도 있다”며 “서부산에 산단을 몰아넣은 형국인데, 그렇다면 최소한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는 갖추고 나서 진행해야되는 것 아니냐, 산단 자체가 젊은 인재들을 내쫓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