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의 도시라 폄훼해도, 그 노인들이 나라 살렸다” [PK 당선인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부산 남 박수영 의원
보수 색채 버리라는 주장 반대
정체성 버리고선 당 회생 불가
매주 남을 주민 민원 청취 행사
현역 간 데스매치 결정적 승인
22대 국회선 상속제 개편 초점
부자감세란 반발 없도록 추진
지난 22대 총선에서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던 부산 남구의 현역 간 ‘데스매치’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승리로 돌아갔다. 박 의원은 “여야 현역이 맞붙은 전국 4곳의 선거에서 가장 큰 득표 차인 8.81%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이번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국쫌만(국회의원 쫌 만납시다)’을 꼽는다. 매주 그가 빼놓지 않고 참석해 남구 민원을 청취하는 행사다. 100회를 훌쩍 넘어 200회를 코앞에 둔 남갑의 ‘국쫌만’ 행사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과의 승부를 대비해 남을 주민에게까지 확대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박 의원은 “이미 남갑에는 사실상 민원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고 최소 1만 표 이상은 ‘국쫌만’이 남구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해결해 주었기에 가능한 득표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의원은 중앙당에 합구가 되지 않고 남갑과 남을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본인이 남을로 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고 했다. 그는 “남갑은 보수 정당이 한 번도 의석을 뺏긴 적 없었던 안전 지역구지만 신인을 박재호 의원이 있는 남을로 보내면 백전백패라고 봤다”면서 “내가 가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은 나름의 책임감이자 의무감이었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에서 분산에너지 특별법을 대표발의해 부산에 차등 전기요금이라는 선물을 안긴 박 의원이다. 안정적인 재선가도에 오르는 22대 국회에서는 상속제 개편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사실상 60%에 가까운 세율로 세계적으로도 세율이 높기로 유명한 한국의 상속세를 부자감세라는 반발 없이 산업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박 의원은 “동일 업중에 대해 아들과 손자가 기업 경영을 이어 나가는 동안은 상속세를 물리지 않되 훗날 기업을 매각하면 그때 자본이득에 대해 상속세를 물리는 방식으로 세법을 개정하려 한다”면서 “상속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중국이나 사모펀드에 회사를 줄줄이 뺏기는 사례를 막고 체감상 상속세율도 낮아지는 효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선으로는 이례적으로 여의도연구원장까지 겸임했던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이 같은 정석적인 입법과 의정 활동으로 총선 대패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봤다. 그가 꼽는 총선의 승부처는 ‘중도 3%’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지나치게 우편향적인 모습을 보여서 선거에서 졌다는 말도 나오는데 전국 득표율만 따지면 5.3% 차이로 아쉽게 진 선거”라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뚜벅뚜벅 제갈길을 가는 의정 활동으로 중도층에서 3%만 다시 우리 편으로 가져오겠다는 각오로 4년을 보내면 다음 총선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의원은 보수 색채를 버리고 당헌당규까지 바꿔야 한다는 수도권 여당 의원들의 발언을 비판했다. 정체성을 버리고는 당이 회생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는 “다들 부산을 ‘노인과 바다’라고 폄훼하는데 나는 그 노인분들이 한국전쟁과 산업화에서 나라를 살렸고, 이번에도 탄핵과 개헌을 막아 나라를 다시 한번 살렸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강단 있는 성격의 박 의원이지만 지난 선거를 돌아보면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출구 조사까지 지면서 정말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 개표 결과에는 큰 만족을 보인다. 남구 16개 동 가운데 51표 차로 패한 용호 4동을 제외한 15개 동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국민의힘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대연3동에서의 승리가 그에게는 가장 값지다.
박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다시 한번 뜨겁게 느낀 가족애도 전했다. 특수부대 출신 아들 둘이 아버지가 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둘 다 휴가를 내고 부산으로 뛰어 내려왔는데 체력도 좋아 유세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선거를 마치고 한숨 돌리게 된 그의 남은 목표는 이제 여름휴가다. 박 의원은 “늘 선거 때마다 고생하는 아내가 ‘이번 여름에는 작년에 못 간 휴가를 꼭 가자’고 부탁하는 데 그 소원은 반드시 들어줘야 한다”고 웃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