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승패 갈린 이재명-한동훈, 동시 당권 도전 나서나
친명계 “이 대표 계속 당 일사불란하게 꾸려야”, 일각선 추대 움직임까지
이 대표도 최근 출마 워밍업…총선 이후 ‘친명’ 절대다수 사실상 떼 논 당상
한 전 위원장 당내 비토 기류 강해지면서 오히려 출마 가능성 높아지는 양상
총선서 대결 구도 그린 두 사람, 이재명 출마가 한동훈 행보에 영향 줄 수도
4·10총선에서 승장과 패장으로 형편이 갈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차기 당권 재도전설이 여야 내부에서 비중 있게 거론된다. 총선 전까지 당 대표 연임에 부정적이던 이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연임에 대한 의견을 물으며 출마 ‘워밍업’에 돌입했고, 총선 참패 이후 “성찰하겠다”던 한 전 대표는 당내 일각의 비토론이 오히려 출마 가능성을 키우는 형국이다. 두 사람 모두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어느 한 쪽의 움직임이 다른 쪽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찐명(진짜 친이재명)’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7일 일부 언론에 ‘이재명 대표 연임론’에 대해 “여당의 무능과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역할을 해달라는 당 안팎의 요구가 매우 높다”며 “그동안 이 대표가 보여준 강한 리더십과 정책 성과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임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로, 총선 승리 이후 친명이 절대 다수가 된 민주당 내부에선 최근 이 대표가 추대 형식으로 연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에서 당대표 연임은 1995~2000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한 사례지만, 친명계에서는 “당헌에 연임 제한 규정은 없다”(정성호) “이 대표가 대표를 계속 맡아 당을 일사불란하게 꾸려가라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진성준) 등 연일 연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최근 연임을 본격 검토하는 모습이다. 전임 원내대표인 홍익표 의원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가 최근 연임과 관련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다”며 “’연임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민주당이 ‘이재명당’으로 완전히 재편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연임에 나설 경우, 사실상 ‘떼 논 당상’이라는 게 당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경우, 이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직접 지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선거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당의 ‘세포 조직’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듬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만 해도 한 전 위원장의 차기 당권 도전은 불가능한 선택지로 여겨졌다. 패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직후 당을 다시 지휘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한 전 위원장 스스로도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할 것”이라며 출마설을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견제하는 발언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오히려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때릴 수록 커지는’ 정치의 역설인 셈이다. 국민의힘 3040세대 후보 모임 간사인 이재영 전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분간 쉴 줄 알았다. 그런 기조도 보였는데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가만히 놔두질 않고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3주 전보다는 2주 전이 높았고 2주 전보다는 일주일 전이 높았고, 갈수록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당직자들과의 만찬을 갖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대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도 한 전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부산의 한 당선인은 “22대 국회가 시작되고 여야의 정치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총선 책임론은 많이 희석될 것”이라며 “전대 시기가 늦춰진 건 한 전 위원장 등판에 상당히 유리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출마 여부가 한 전 위원장의 출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정적일 경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앞세운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실패를 부각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이재명-한동훈’ 구도를 재조명하면서 보수 지지층 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을 촉구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