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승패 갈린 이재명-한동훈, 동시 당권 도전 나서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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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 “이 대표 계속 당 일사불란하게 꾸려야”, 일각선 추대 움직임까지
이 대표도 최근 출마 워밍업…총선 이후 ‘친명’ 절대다수 사실상 떼 논 당상
한 전 위원장 당내 비토 기류 강해지면서 오히려 출마 가능성 높아지는 양상
총선서 대결 구도 그린 두 사람, 이재명 출마가 한동훈 행보에 영향 줄 수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4·10총선에서 승장과 패장으로 형편이 갈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차기 당권 재도전설이 여야 내부에서 비중 있게 거론된다. 총선 전까지 당 대표 연임에 부정적이던 이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연임에 대한 의견을 물으며 출마 ‘워밍업’에 돌입했고, 총선 참패 이후 “성찰하겠다”던 한 전 대표는 당내 일각의 비토론이 오히려 출마 가능성을 키우는 형국이다. 두 사람 모두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어느 한 쪽의 움직임이 다른 쪽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찐명(진짜 친이재명)’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7일 일부 언론에 ‘이재명 대표 연임론’에 대해 “여당의 무능과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역할을 해달라는 당 안팎의 요구가 매우 높다”며 “그동안 이 대표가 보여준 강한 리더십과 정책 성과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임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로, 총선 승리 이후 친명이 절대 다수가 된 민주당 내부에선 최근 이 대표가 추대 형식으로 연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에서 당대표 연임은 1995~2000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한 사례지만, 친명계에서는 “당헌에 연임 제한 규정은 없다”(정성호) “이 대표가 대표를 계속 맡아 당을 일사불란하게 꾸려가라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진성준) 등 연일 연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최근 연임을 본격 검토하는 모습이다. 전임 원내대표인 홍익표 의원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가 최근 연임과 관련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다”며 “’연임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민주당이 ‘이재명당’으로 완전히 재편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연임에 나설 경우, 사실상 ‘떼 논 당상’이라는 게 당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경우, 이 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직접 지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선거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당의 ‘세포 조직’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듬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만 해도 한 전 위원장의 차기 당권 도전은 불가능한 선택지로 여겨졌다. 패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직후 당을 다시 지휘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한 전 위원장 스스로도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할 것”이라며 출마설을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견제하는 발언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오히려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때릴 수록 커지는’ 정치의 역설인 셈이다. 국민의힘 3040세대 후보 모임 간사인 이재영 전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분간 쉴 줄 알았다. 그런 기조도 보였는데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가만히 놔두질 않고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3주 전보다는 2주 전이 높았고 2주 전보다는 일주일 전이 높았고, 갈수록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당직자들과의 만찬을 갖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대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도 한 전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부산의 한 당선인은 “22대 국회가 시작되고 여야의 정치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총선 책임론은 많이 희석될 것”이라며 “전대 시기가 늦춰진 건 한 전 위원장 등판에 상당히 유리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출마 여부가 한 전 위원장의 출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정적일 경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앞세운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실패를 부각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이재명-한동훈’ 구도를 재조명하면서 보수 지지층 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을 촉구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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