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사절단 주인공 된 장애인…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주최
부산진성 일대 발달장애인 축제
훈련생 97명 뱃길 체험 참여도
“문화 분야 일자리 창출 기대”
조선시대 옷을 입은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부산진성 서문에서 출발해 취타대를 따라 줄지어 걸었다. 빨간 관복을 입은 발달장애인을 선두로 조선시대 정사·부사·종사관 등을 재현한 행렬이 이어졌다. 부산 조선통신사 축제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평화사절단 주인공이 된 첫 순간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부산문화재단 등은 지난 6일 ‘2024 발달장애인 조선통신사 축제’를 열었다. 부산 동구 부산진성 일대와 조선통신사역사관, 중구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등에서 발달장애인 97명이 특별 체험에 나섰다. 공단과 재단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부산 동구청과 지난달 17일 업무협약을 맺은 뒤 이번 행사를 추진했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선이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차례 일본에 보낸 외교사절단을 뜻한다. 당시 일본 문인들과 교류하며 조선 문물을 일본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 발달장애인 조선통신사 축제는 올림픽 폐막 이후 열리는 ‘패럴림픽’처럼 진행됐다. 지난 3~5일 ‘2024 조선통신사 축제’와 이어지도록 다음 날 바로 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를 받은 조선통신사 축제는 올해 5년 만에 중구 용두산공원과 광복로 일대에서 대규모 평화사절단 행진을 재현했다.
부산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축제에서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문화재단이 2002년부터 매년 축제를 열었지만, 그동안 장애인들은 평화사절단 행진 등에 참여하지 못했다.
올해 ‘通(통)하는 우리’가 주제인 축제는 발달장애인이 경험할 다양한 특별 체험을 준비했다. 그들은 조선통신사 사절단 복장을 한 채 부산진성 서문에서 조선통신사역사관 인근까지 행진했다. 조선통신사역사관에서는 외교 문서인 국서를 만들고, 국악기를 연주하는 체험도 진행했다.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는 조선통신사 뱃길을 느껴보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도 했다.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 훈련생 등 부산에 사는 발달장애인 97명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셈이다.
김성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은 “부산 발달장애인들이 조선통신사 정사, 부사, 종사관 등 ‘3사’ 복장을 갖춘 채 평화사절단 행진을 한 건 처음”이라며 “조선통신사 행사에 참여한 취타대가 앞에서 함께 걸었고, 협약 기관에서 다양한 도움을 준 덕”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협약 기관들과 발달장애인 조선통신사 축제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발달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이번에 조선통신사역사관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문화 해설을 체험하기도 했다”며 “훈련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문화해설사나 문화공간 안내원 등으로 일자리를 가질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운경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지역본부장은 “전문 예술인을 제외하고 문화 산업에서 발달장애인 채용은 극히 드물다”며 “이번 특별체험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문화 산업에서 발달장애인 인식을 개선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