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벽 여전한데, 한국 넘보는 중국 전기차
중국 제조사 비야디 출시 예고
인증 인력·판매망 국내 구축중
현대·기아 중국 점유율은 1.5%
"국산차 점유율 대책부터 마련"
“중국 시장 ‘한한령(한류 금지령)’부터 풀고 한국 시장 두드려라.”
글로벌 1위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가 올 연말 국내 시장에서 전기 승용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저렴한 중국차의 국내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국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 이후 자행되고 있는 한한령으로 급락하고 있는 한국산 승용차 점유율에 대한 대책부터 세우고 시장에 진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야디코리아 상용차 부문 노원호 대표는 지난달 30일 제주서 열린 ‘제11회 국제 e-모빌리티 엑스포’의 ‘한중 EV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말에 준비하고 있는 승용차 브랜드를 론칭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미 수입차 인증 전문 인력 확충과 판매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간 한국에서 지게차, 전기 1t 트럭 등 친환경 상용차만 판매해 온 비야디가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셈이다. 비야디는 지난해 친환경차만 302만 대를 판매,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1위에 올랐다.
비야디 측은 현재 전기 중형 세단인 ‘실’과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토3’, 소형 해치백 ‘돌핀’ 등의 국내 출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는 이들 모델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완제품 기준 LFP 배터리는 NCM보다 10~15% 저렴하다. LFP 배터리로도 1회 충전에 400km(유럽 기준)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비야디는 싸고 좋은 차로 한국 진출에 시동을 걸었지만 올해 초 발표한 정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따라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재활용 가능성이 낮은 LFP 배터리 장착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원액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비야디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김주홍 전무는 “이미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55%가 중국계 전기버스이고 폴스타, 볼보 등 글로벌 업체가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늘리고 있다”면서 “중국 전기차 판매로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일부에선 비야디 등 중국산 승용차의 한국 시장 본격화에 앞서 중국시장부터 정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사드 설치에 대한 경제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 이후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1.5%까지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는 충칭공장에 이어 올해 내로 창저우공장을 매각할 계획이다.
현대차 베이징법인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내 점유율 하락 시점에 판매 확대책을 내놓았지만 중국 측 합작법인 임원은 ‘나 몰라라’하는 분위기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점유율 급락에 대해 서울과학기술대 황우현 교수도 “한국과 중국이 전기차에서 같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물이 많이 숨어 있으며 성숙된 단계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 기피 분위기와 맞물려 “한국 정부의 중국산 LFP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감축은 잘한 대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원호 대표는 “배터리는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가 판단해야 할 부분” “한중 관계 차원에서도 LFP 배터리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것이 양국 산업 발전에 좋은 방법”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비야디코리아 대표의 발언은 현대차그룹이 수년간 “한한령을 풀어달라” “현대차 공장 나가면 고용 창출도 줄어든다”는 등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얘기했던 발언들과 되돌이표가 된 느낌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