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석 달째, 부산 상급종합병원 숨 넘어갈 판
대학병원 병상 가동률 50%대
수십~수백억 적자 경영난 심각
부산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마이너스 통장 등 차입 경영
부산백병원 비롯 사립대도 위기
월급 분할·명예퇴직 고려할 수도
“급여 지급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경희의료원처럼 부산 상급종합병원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누가 먼저 쓰러지나 ‘폭탄 돌리기’ 심정으로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부산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합니다.”
부산의 한 의료계 인사는 7일 〈부산일보〉에 이렇게 털어놨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 이후 의정 갈등이 심화하면서 전공의가 이탈한 지 12주 차를 맞았다. 부산 지역 수련병원인 대학병원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5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병원마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적자가 쌓여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부산대병원 정성운 원장은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쌓인 적자만 300억 원 이상”이라며 “비상 경영 체계로 전환해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차입 경영에 들어갈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부산대병원은 600억 원 상당을 빌려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상황이다. 부산대병원 정 원장은 “양보 없는 협상은 없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한 발씩 양보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이상돈 원장은 “현재 230억 원 정도의 적자가 쌓였고 이달이 지나면 차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비슷한 상황이고 정부가 무한정 재정 지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지금 이 갈등이 해결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더해 고질적인 필수 의료진 부족 역시 수련병원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부산·경남에서 유일하게 소아응급전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2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떠나면서 ‘변칙 운영’을 하고 있다. 중증 응급 소아를 보는 소아응급전문센터가 매일 24시간 운영에서 주 5일 운영으로 한때 축소됐지만, 일반 응급전문의가 투입되며 겨우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국립대병원뿐만 아니라 사립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백병원 이연재 원장은 “의료계에서는 재단이 튼튼한 곳은 그나마 버티고, 아니라면 앞으로 정말 쓰러지는 곳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며 “부산백병원 역시 오는 8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티는 방향으로 경영 대책을 세웠지만, 그 이후는 월급을 분할 지급하거나 명예퇴직 등 최후 수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의 또 다른 사립대병원인 동아대병원과 고신대병원도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의정 갈등이 돌파구 없이 지지부진 이어지는 동안 대학병원을 지키는 교수들은 “순직 아니면 사직”이라고 말할 정도로 지친 상황이다. 원하지 않는 무급휴직에 들어가야 하는 의사 외 직역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불안감과 박탈감도 크다. 그중에서도 아무 잘못 없는 환자들은 가장 큰 피해자로, 각종 피해를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
부산시병원회 김철 회장은 “원래도 상급종합병원은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의정 갈등 이후 병원의 큰 수입원 중 하나인 병상가동률이 40~60% 사이로 떨어지면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며 “기본적으로 수도권 병원은 기본 수요가 크고 향후 분원 계획도 세워두는 등 여력이 있지만 지역 병원들은 여력이 없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