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당당하고 즐겁게… ‘액티브 시니어’ 시대
자식에게 기대는 소극적 삶 거부
건강하고 활동적인 중장년 늘어
패션모델·마라톤·여행 등 도전
부산시도 ‘50+ 생애대학’ 운영
챗GPT·드론 포함 트렌드 교육
7일 오후 4시께 방문한 부산 북구 부산과학기술대 평생교육원 강의실은 화려한 조명과 런웨이가 준비돼 있었다. 이곳은 50~60대 수강생들이 50+생애설계대학 ‘시니어 패션모델 전문가 과정’ 수업을 받는 곳이다. 수강생들은 런웨이 모델워킹 수업을 받고 실제 쇼도 펼친다. 부산과기대 시니어연기모델학과 금한나 교수는 “무대에 서는 것을 즐기는 수강생들은 예전 아버님 어머님 세대와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고 전했다.
빠른 고령화와 함께 건강하고 활동적인 중장년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자식에게 기대는 소극적인 삶에 머물지 않는다. 또 다른 경제활동에 나서기 위해 대학을 찾거나 다채로운 취미나 여가에 뛰어든다. 소비에 지갑을 여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시니어들은 스스로를 돌봄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맞은 노년기를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라 여긴다. 요즘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세대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후에도 활발한 사회·여가·소비 활동을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통상 50세 이상 인구를 칭한다. 신체적 제약이 있으며 경제력 등에서 가족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는 75세 이상 ‘실버세대’와도 다르다.
액티브 시니어는 ‘부모’나 ‘평생 직장’이라는 짐을 내려놓으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영수(61) 씨는 “마라톤에 도전 중인데 하루하루 목표치를 조금씩 늘려가며 달리는 기쁨을 깨달았다. 올해 전국 일주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정숙(58) 씨는 부산 기장군 전원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며 지낸다. 주말이면 형제자매가 이곳에 모인다. 자매들과 떠나는 유럽 여행이 취미다. 김 씨는 “그간 너무 자식을 돌보는 데에만 집중하고 살았다”며 “자매들과는 자식과 못 하는 얘기를 할 수 있고 여행 스타일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새 인연을 기대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50금’ 데이트 앱도 등장했다. ‘노(老)맨스가 필요할 땐’이라는 슬로건으로 운영되는 시니어 만남 앱 ‘시놀’(시니어 놀이터)은 5070을 위한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단짝찾기’ 서비스를 통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친구를 찾아 대화하거나 인연을 잇는다. 골프·재테크·건강 등 주제로 온·오프라인 모임도 연다.
늦게 시작한 취미가 뜻밖의 성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평균 65세인 ‘부산 하모니카 오케스트라’는 올 3월 일본 규슈 구루메시에서 원정 공연을 마쳤다.
특히 부산은 액티브 시니어에게는 맞춤 도시다. 전체 인구 가운데 50세 이상이 46.5%나 된다. 부산시도 ‘50+생애설계대학’ 10개교를 운영 중이다. 챗GPT, 드론, 3D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첨단산업 교육이 이뤄지고 1인 크리에이터 등 트렌드 교육도 진행된다. MZ세대 대상 교육과 차이도 없다.
시니어들을 겨냥한 복합여가공간도 생겼다. 부산가톨릭대 신학교정을 활용해 조성된 ‘하하 캠퍼스’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부산대 평생교육원장 이기영 교수는 “100세 인생 허리를 겨우 넘긴 액티브 시니어들은 퇴직 이후에도 평균 73세까지 노동시장 등에서 활동한다”며 “이들은 새로운 생산을 준비하는 ‘생산 교육’ 대상자”라고 강조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